이상호 건산연 원장 "인프라 투자, 패러다임 전환해야"
2018.11.19 14:36
수정 : 2018.11.19 14:36기사원문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만난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장은 우리나라 인프라 투자 현실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OECD평균 국가론'에 빠져 잘못된 목표 설정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원장은 최근 '인프라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책을 내고 OECD 국가 평균을 핑계로 투자를 줄이고 있는 우리나라 인프라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글로벌 인프라 경쟁력 2위를 기록한 싱가포르는 지난해 GDP 대비 4.4%였던 인프라 투자 비중을 2020년 6%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반에서 현재 1~2등 하고 있는 우수한 학생이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도 열악한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12~2013년부터 인프라 투자를 확대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SOC예산을 전년 대비 20%나 줄인 17조7000억원으로 배정했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19조원으로 증액되긴 했지만 그래도 전년 대비 14%나 줄었다. 특히 인프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토목투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원장은 "13조원을 투자한 홍콩의 '강주아오 대교'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연결하는 총 길이 55㎞의 교통 인프라 사업으로 인천대교보다 3배나 길다"면서 "홍콩은 이 다리를 통해 단순히 물류만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역·금융·관광 등 모든 영역을 연결하는 초연결자가 돼 경제적 과실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4대강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건설 투자를 통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주장을 '삽질 경제'라며 비난하고 있다. 인프라 정책이 '정치 프레임'의 대결장으로 변질됐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2016년 건설투자의 경제 성장 기여율이 높았기 때문에 그나마 국내 경제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이 더 어렵지 않았다"면서 "올해 2분기부터 건설투자 성장률이 마이너스고 일자리 창출도 장벽에 부딪혔는데 하루빨리 인프라 투자가 정상화돼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인프라 투자를 막는 2가지 관점이 재원 부족론과 인프라 충분론이라고 지적했다. 복지 예산 부담이 커서 SOC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면 민간투자사업을 확대해 부족한 정부 배정을 보완하면 된다고 밝혔다. 비싼 통행료가 부담되면 운영 기간을 20~30년에서 50년으로 늘리는 등 조건을 바꿔 공공 재정 통행료만큼으로 낮추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진보정권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민간투자 사업과 임대형 민간투자제도(BTL)를 도입했다"면서 "정부가 민자 사업을 추진한다면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이 줄을 섰는데 오히려 정부는 사업을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프라 충분론의 경우도 양적인 면에서는 재고 물량이 충분할지는 모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프라 충분론의 문제점은 노후 인프라와 미래 인프라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98.8%로 100%에 가깝지만 제주도의 상수도 누수율은 41.7%에 달한다.
이 원장은 "보급률이 아무리 높아도 흘려보내는 도중에 사는 물이 50%에 된다면 상수도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글로벌 인프라 시장도 급변하면서 이제는 전통적인 인프라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인프라'로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울 전망이라 정부 역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설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국내 주택 시장이 위축됐을 때 공공부분에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완충 역할 해줘야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역시 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4차 산업을 맞아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건설 정책 역시 정부가 균형자적인 관점에서 변동성을 축소시켜야 한다"면서 "경기 과열되면 브레이크를 걸고 가라앉으면 부양책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