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인프라 투자, ‘OECD 평균’ 잣대 벗어나야"

      2018.11.19 17:29   수정 : 2018.11.19 17:29기사원문

"기말시험에서 반 평균이 80점인데 85점 맞았다고 중고등학생이 더 이상 공부를 안해도 되느냐."

지난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만난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사진)은 우리나라 인프라 투자 현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OECD 평균 국가론'에 빠져 잘못된 목표 설정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원장은 최근 '인프라,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책을 내고 OECD 국가 평균을 핑계로 투자를 줄이고 있는 우리나라 인프라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올해 초 '4차 산업혁명 건설산업의 새로운 미래'라는 책을 낸 지 7개월 만이다. 평균의 함정에 빠져 획일적인 정책이나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 자칫 국가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서 글로벌 인프라 경쟁력 2위를 기록한 싱가포르는 지난해 GDP 대비 4.4%였던 인프라 투자 비중을 2020년 6%로 확대할 계획"이라면서 "반에서 현재 1~2등 하고 있는 우수한 학생이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도 열악한 인프라가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전년 대비 20%나 줄인 17조7000억원으로 배정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19조원으로 증액되긴 했지만 그래도 전년 대비 14%나 줄었다. 특히 인프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토목투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원장은 "홍콩은 13조원을 투자한 '강주아오 대교'를 통해 단순히 물류만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역·금융·관광 등 모든 영역을 연결하는 초연결자가 돼 경제적 과실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4대강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건설투자를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주장을 '삽질 경제'라며 비난하고 있다. 인프라 정책이 '정치 프레임'의 대결장으로 변질됐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2016년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높았기 때문에 그나마 국내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창출이 더 어렵지 않았다"면서 "올해 2·4분기부터 건설투자 성장률이 마이너스이고 일자리 창출도 장벽에 부딪혔는데 하루빨리 인프라 투자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인프라 투자를 막는 두 가지 관점이 재원 부족론과 인프라 충분론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예산 부담이 커서 SOC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면 민간투자사업을 확대해 부족한 정부 배정을 보완하면 된다고 밝혔다. 비싼 통행료가 부담되면 운영기간을 20~30년에서 50년으로 늘리는 등 조건을 바꿔 공공 재정 통행료만큼으로 낮추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진보정권이었던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재정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민간투자사업과 임대형 민간투자제도(BTL)를 도입했다"면서 "정부가 민자사업을 추진한다면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이 줄을 섰는데 오히려 정부는 사업을 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프라 충분론의 경우도 양적인 면에서는 재고물량이 충분할지 모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프라 충분론의 문제점은 노후 인프라와 미래 인프라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내년에는 경제가 더 어려울 전망이라 정부 역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설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됐을 때 공공부문에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완충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역시 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4차산업을 맞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실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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