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했던 대한제국 13년

      2018.11.20 18:30   수정 : 2018.11.20 18:30기사원문

올 겨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가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 '유진 초이'의 모티브가 되는 신식 군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바로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전을 통해서다. 내년 2월 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 대한제국시대라 불리는 시기의 궁중미술을 조명한다.



13년이라는 짧은 대한제국의 역사와 일제강점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대한제국 시기의 미술은 조선시대의 미술 전통이 급격히 쇠퇴한 시기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대한제국의 역사 바로잡기를 통해 당대의 미술 역시 과거 미술의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한편 외부의 새로운 요소들을 받아들여 근대미술로 진화했던 시기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당시의 회화, 사진, 공예 200여점을 통해 대한제국 시대의 미술이 어떻게 한국 근대미술의 토대를 마련했는지를 4부에 걸쳐 선보인다.

1부 '제국의 미술'에선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는 시기의 변화상을 다룬다. 검은 익선관을 쓴 황룡포 차림의 '고종 어진'과 대한제국의 군복을 입고 불법을 수호하고 있는 호법신이 그려진 불화 '신중도', 짙고 화려한 전통적 화원화의 기법과 서양화법이 절충된 그림으로 국내 최초 공개되는 '곽분양행락도' 등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2부 '기록과 재현의 새로운 방법, 사진'은 고종을 비롯한 황실 인물들과 관련된 사진으로 구성됐다. 1880년대 초 황철에 의해 최초로 서울 종로에 사진관이 설립된 이래 어진이나 기록화 같은 궁중회화의 상당 부분을 사진이 대체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을 보여주는 육군 대장복 차림의 '순종황제'와 국내에 최초로 공개되는 김규진의 첫 고종사진 '대한황제 초상사진' 등을 눈여겨 볼만하다.

3부 '공예, 산업과 예술의 길로'는 고종, 순종 시기의 각종 공예품의 전반적인 양상과 변화를 조명한다. 조선 후기 백자항아리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기법은 근대기 도입된 스탠실을 사용한 '백자운룡문호' 등 그 시대를 대변하는 독특한 공예품을 비롯해 김규진이 그림을 그리고 수를 놓은 12폭 병풍 '자수매화병풍' 등이 국내 최초 공개된다.

4부 '예술로서의 회화, 예술가로서의 화가'에서는 과거 기능적 장인에 가까웠던 화원 화가가 독립적인 예술 화가로 변모하는 양상을 소개한다.
과거 궁중화가들은 그림을 제작하고 나서도 여타 회화와 달리 이름을 남기지 않았지만 고종, 순종 시기에는 도화서가 해체됨과 동시에 다양한 외부 화가들이 궁중회화 제작에 참여하게 됐고 오히려 외주 화가가 예술적으로 대우를 받는 상황을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거와 같은 익명의 그림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분명히 남긴 궁중 회화들이 제작됐다.
근대 화단에 풍속화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채용신의 '벌목도', 김규진의 '묵죽도'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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