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와인 만들기, 100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2018.11.27 18:11   수정 : 2018.11.27 18:11기사원문


"위대한 와이너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100년 정도를 헌신적으로 몰두해 가꾸어야만 위대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신대륙 와인의 선두주자인 미국 와인 중에서도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는 독특한 위상을 지닌 와인을 생산한다.

싱글 빈야드 컬트 와인의 정수로 꼽히는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정통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맛과 향을 구현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미국 와인의 범주에서 벗어나 최고급 품질을 선보이며 세계 정상급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의 성장에는 '100-100 플랜'이라는 중요한 경영 철학이 있다. '100% 가족 경영으로 최소 100년 간 운영한다'는 의미다. 홍보 마케팅 활동차 방한한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의 폴 마이클 대표는 "설립자인 아버지는 '와인은 과장됨 없이 우아해야 하고, 위대한 와이너리를 만드는 것은 백년대계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100% 가족소유 및 경영'이라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우리의 주요 철학이 됐다"고 말했다.

와이너리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많은 자본과 노력, 무엇보다 사람의 땀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손에 맡기기보다 한 가족이 대를 이어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설립자의 뜻이었다. 현재 아버지의 뜻을 이어 폴 마이클 대표가 와이너리를 책임지고 있다. 마이클 대표는 "가족의 헌신으로 100년 동안 끌고 가야 위대한 와인이라는 말씀을 늘 하셨다. 그래서 (와이너리 관련) 어떤 결정이든, 20년 후를 바라보고 내린다. 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는 영국 출신의 사업가 피터 마이클 경이 1970년대 사업차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1976년 우연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디너에서 샤또 몬텔레나 샤도네이의 초기 빈티지를 마신 피터 마이클 경은, 그 순간 앞으로의 여생 동안 자신이 캘리포니아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보르도에 뒤지지 않는 최고급 캘리포니아 와인을 만들기 위해 6년간 캘리포니아 지역을 샅샅이 누볐고 1982년 소노마 카운티 북동부에 위치한 나이츠 밸리 가파른 경사면에 부지 605에이커(약 244만8348㎡)를 사들여 자신의 와이너리를 시작했다.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의 시작이다.

유럽에서는 산악 고도에 조성된 포도밭이 드물지 않지만 미국에서 산악 지대에 포도밭을 조성한 것은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가 처음이다. 마이클 대표는 "포도밭을 조성한 곳이 경사도 깊고 상당히 높은 지역이다. 당시 포도밭을 그 쪽에 조성한다는 말을 듣고 '정신나간 영국 노인네'라는 조롱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며 크게 웃었다. 지금은 캘리포니아 주변에서 산악 지대를 포함해 포도밭을 만들만한 새로운 땅을 찾기도 힘들만큼 와이너리가 곳곳에 들어섰다.

4년 후 와이너리의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만든 몽 플래지르 샤도네이를 출시했고, 이후 보르도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1988년에는 소노마 코스트의 해안쪽 포도밭, 2009년 나파밸리의 오크빌에 포도밭을 추가로 매입해 2006년과 2014년부터 각각 피노누아, 카비네 소비뇽 품종의 와인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카비네 소비뇽 와인 '오 파라디'의 두번째 빈티지(2012)가 2015년 세계적인 와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올해의 100대 와인 중 1위로 선정된 와인이다.

폴 마이클 대표는 "현재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는 95%의 포도를 자체 포도밭에서 조달하고 있다. '싱글 빈야드'가 중요한데, 캘리포니아 테루아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누구보다 많은 의미를 두고 있다. 초창기에는 섬세함보다는 파워를 앞세운 와인이 만들었지만 설립자인 피터 마이클 경의 본래 목표였던 정통 보르도 와인에 주안점을 둔 복합미와 우아함이 돋보이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와인은 각각의 브랜드에 따라 스타일이 다르다. 가볍고 이색적인 와인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는 처음부터 구대륙의 전통적 와이너리처럼 테루아라는 땅을 중요시했다. 특정 포도밭, 단일 포도밭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미묘한 맛을 강조한다. 그게 다른 미국 와인들과의 차별점"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피터 마이클 와이너리에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선보인 뒤 일본과 홍콩 등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폴 마이클 대표는 "한국 와인시장은 역동적이다. 느리지만 지속적인 성장 여력이 있는 곳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와인으로는 피터 마이클 경이 자신의 며느리를 위해 불어로 '아름다운 나의 딸'이라는 이름을 붙인 '마 벨 피 샤도네이', 아내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며 '나의 댄서'라고 명명한 '마 당쉐즈' 피노누아 등이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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