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홍콩, 프랑스, 싱가포르도 정책 주도권 경쟁 가세

      2018.12.09 11:09   수정 : 2018.12.09 11:09기사원문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자리를 잡으면서, 세계 주요국 정부도 블록체인 정책의 글로벌 패권을 쥐기 위한 경쟁을 본격 시작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홍콩, 프랑스 등 전통적인 '금융강국'들은 앞다퉈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기존 증권법 테두리 안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블록체인 정책의 패권경쟁에 나서는 이유는 자국 기업들이 하루라도 빨리 법규정에 맞는 사업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지난 2일(현지시간) 공동선언문을 통해 "금융시스템에서 부상하는 위험과 취약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개입할 것"이라면서 금융분야 기술발전 위험요소 완화를 위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기준에 따라 암호화폐를 규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세계 각국 정부는 내년 한 해 동안 자금세탁방지 등 암호화폐 규제 관련 제도 정비에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였지만, 블록체인은 중요하지만 암호화폐는 나쁘다는 정부의 방침 때문에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는 세계 각국의 암호화폐 정책을 재점검하고, 시급히 바뀌어야 할 우리 정부의 암호화폐 관련 정책방향에 대해 제언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 자산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나라는 비단 미국과 일본만이 아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디지털 자산 정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 외에도 암호화폐공개(ICO)의 성지로 이름난 몰타와 스위스, 싱가포르 등도 디지털 자산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홍콩 금융선물위원회(SFC)는 크립토펀드 운용사들에게 라이선스를 발급한다고 발표했다. 크립토펀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홍콩, 암호화폐 펀드 라이선스 발급
특히 홍콩은 크립토펀드에 주목했다. 크립토펀드는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다. 펀드는 쉽게 자금을 모으고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다. 전세계 펀드 맨니저들이 이용하는 금융 정보 서비스인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은 이미 올해 초부터 암호화폐를 주식, 원자재, 외환, 채권 등과 동일한 지위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향후 디지털 자산이 새로운 자산군으로 자리잡으면 홍콩은 디지털 자산의 금융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원화는 한때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37%를 차지했고, 당시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은 한국을 크립토 금융의 월스트리트라고 표현했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원화 거래가 5~6%로 줄어들었고, 그 사이 우리가 차지했던 크립토 금융의 월스트리트 지위는 다른 나라에게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가 선보인 암호화폐 펀드에 대해 '불법' 낙인을 찍었다. 정부의 압박에 지닉스는 암호화폐 펀드 도입을 취소했고, 현재 폐업절차를 밟고 있다. 암호화폐 펀드는 홍콩은 되고, 한국은 안된다.

■프랑스 "ICO 하려면 금융안전위원회 라이선스 받아라"
프랑스는 ICO를 적극적으로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9월 ICO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기업의 성장과 전환을 위한 행동계획(PACTE)' 법안을 승인했다. 새 법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ICO를 허용하는 부분이다. 프랑스는 새 법을 통해 ICO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법인이 프랑스 금융안전위원회(AMF)의 라이선스를 받도록 했다.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비전을 담은 백서 등의 세부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프랑스의 ICO 합법화 추진은 금융청 등록 및 소비자 보호 의무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프랑스 암호화폐, 블록체인 회사들이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논평도 있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일부 국내 기업들이 프랑스에 법인을 세우겠다며 짐을 싸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의 암호화폐 규제 TF장을 맡고 있는 장 피에르 란다우 전 프랑스은행장은 "의심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에 대한 열정이 유망한 기술의 출현과 이런 기술에 대한 펀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암호화폐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ICO 천국 '스위스-싱가포르', 떠오르는 암호화폐 성지 '몰타'
홍콩과 프랑스 외에도 스위스와 몰타, 싱가포르 등도 디지털 자산 선도국을 목표로 제도와 법을 정비하고 있다.

스위스의 주크시는 오래전부터 'ICO 천국'으로 불린다. 스위스 정부는 지난 2013년 '암호화폐 허브 국가'로 거듭나겠다며 주크를 '크립토밸리'로 만들기 시작했다. 주크는 명확한 암호화폐 관련 지침과 입주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세금 감면 정책을 통해 여러 기업들을 끌어들였다. 글로벌 톱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꼽히는 이더리움 재단이 스위스 주크에서 ICO를 진행했다. 한국 1호 ICO인 보스코인 역시 스위스에서 ICO를 진행했다.

몰타는 떠오르는 암호화폐 성지다. 몰타는 블록체인아일랜드라는 목표를 세우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한 법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 몰타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하면서 몰타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를 확립한 나라가 됐다.

이후 글로벌 톱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몰타로 이전하면서 몰타는 전세계에서 암호화폐 거래량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데이빗 역시 최근 몰타 정부로부터 거래소 라이선스를 발급받아 몰타로의 확장을 계획 중이다.

싱가포르는 국내 기업들이 ICO를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국가 중 하나다.
싱가포르는 ICO에 대한 규제와 요구조건이 명확하기 때문에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가장 자유롭게 암호화폐 관련 사업이 가능한 국가로 꼽힌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암호화폐는 유가 증권으로 간주되며 발행과 관리 기관, 재무 컨설팅 등 암호화폐 관련 거래와 투자는 싱가포르 당국의 규제를 받게 된다.


최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홍콩, 호주 등이 디지털 자산을 육성하거나 적어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움직이고 있다"며 "우리도 이제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스탠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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