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 안 내면 진급 차별" 직장인 울리는 엽기 갑질
2018.11.30 08:00
수정 : 2018.11.30 08:35기사원문
#법인연수라고 해서 법인산하 모든 기관이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일단 연수 전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사장에게 편지쓰기를 시켰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A4 한 장 분량의 편지를 썼고 편지에 대해선 누가 쓰고 쓰지 않았는지 관리했습니다.
#저희는 영업직입니다. 저희 상사 중엔 A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저희 계약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계십니다. 기분에 따라 거의 매일 전화로 우리에게 폭언·협박을 일삼고 있습니다. 실적이 안 좋을 경우 전화해서 "아 XX, 대가리 안 쓰냐? 내가 입에 걸레를 물어야 돌아가냐?" "미친X" "너희 어차피 갈 데 없잖아" 라고 합니다.
#저는 미용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부당해고를 당했는데요. 갑자기 오늘까지 하고 그만두라고 해서 너무 황당했습니다. 제가 월급 10만원 인상 대신 미용실에서 쓰는 빗이나 고데기 같은 걸 받기로 했었는데 그 물건을 다 내놓고 나가라고 했습니다. 월급 대신 받은 건데 왜 놓고 가냐고 되물으니 "어쩌라고 내 가겐데. 가지고 가면 절도죄로 신고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위 내용은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에 제보된 갑질 사례들이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들어온 메일 중에서 신원이 확인되는 이메일 제보가 총 225건이었다고 밝혔다. 이중 폭행, 준폭행, 황당한 잡무는 23건이었다.
앞선 '양진호 사건'에서도 드러나듯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갑질'문화가 횡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폭행만 처벌하기 때문에 폭언이나 엽기 갑질은 처벌할 수 없다.
제보자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도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쉽지 않고, 폭언과 모욕을 견디다 못해 그만두면 '자발적 퇴사'로 규정돼 실업급여도 받지 못한다.
사용자에게 갑질을 당하고 폭언을 들어도 개인으로선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직장갑질119 측은 이러한 직장 내 갑질 사례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양진호 방지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29일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갑질'이라는 단어는 재벌처럼 외국에는 없이 한국에만 있는 단어"라며 "비정규직이 많아지고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지다 보니 상사의 갑질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갑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사회적 인식은 변하고 있다"면서 "한림대성심병원 간호사들이 겪었던 선정적 춤 강요 같은 직장 괴롭힘도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최근엔 범죄라는 인식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제도적인 변화다.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일부 국회의원들이 '양진호 방지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데, 갑질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당 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