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힌 자금세탁 ‘특금법’ 개정안… 국제신인도 하락 우려
2018.12.11 17:56
수정 : 2018.12.11 19:59기사원문
자금세탁 방지의무를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내년 시행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A) 상호평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사회가 국내 자금세탁방지, 테러자금조달금지 제도를 점검하는 FATA 상호평가 결과는 한국 금융시스템의 투명성 척도가 되기 때문에 부정 평가를 받을 경우 국제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개정안이 업계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조치가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 개정안의 통과를 호소했다. 최 위원장은 "만약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면 내년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되고 국제신인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금융거래자료 등을 5년간 보관하고 위반시 과태료 상한을 현재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있다.
■과태료 1억원 법체계 논란
국회는 개정안의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과태료가 현재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상위 체계인 벌금(5000만원)보다 과태료가 더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상수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같은 법률 내 과태료와 벌금 간 정합성 및 적정성 측면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도 "벌금 상한에 대한 문제, 법 형평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법체계상 크게 문제가 될게 없다며 과태료 상한 1억원이 국내 다른 법과 선진국 사례와 비교했을 때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도 보고의무 위반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 등에 대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국, 독일, 영국 등 주요 외국 수준을 보면 대부분 1억원이 넘게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 FATF 상호평가의 초점이 제도의 '비례적·억제적 제재'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제도의 현실성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1억원 보다 낮은 과태료가 책정될 경우 부정적인 평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FATF 상호평가 결과는 세계 신용평가기관의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자금세탁방지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앞서 FATF가 지난 2012년 10월 터키의 국제기준 이행 부진을 지적하자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는 터키가 FATF의 제재 대상에 편입될 경우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2016년에는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미흡으로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과징금 1100억달러(약 118억원)를 받기도 했다.
■"현실 무시한 과도한 조치"
반면 금융권은 업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과도한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거래 건수가 많아 누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과태료 상한을 10배나 올리는 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내용을 이해하고 발의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17년 한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된 고액현금거래만 해도 958만4399건에 달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민병두 의원실은 이 같은 금융권의 반응에 대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들을 반영한 결과를 담았다"고 답했다. 그는 개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 "연내 통과는 어렵겠지만 임시국회를 통해 내년 초에 통과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