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용도 아닌데… 유행처럼 번진'밀스펙'

      2019.01.25 17:47   수정 : 2019.01.25 17:47기사원문

정보기술(IT) 제품들이 고성능, 초경량 기능에 이어 내구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미국 육군 납품 기준(MIL-STD), 이른바 '밀스펙(MIL-STD)' 테스트를 거친 제품을 내고 있다. 과거엔 군 납품 기준을 맞추기 위한 용도였지만 고가 모바일 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 일반 기기 제조업체들까지 MIL-STD 인증을 받는 추세다.



■군용 제품에서 일반 기기까지 퍼져

삼성전자는 실제 산업현장이나 군에서 쓰일 수 있는 '러기드(rugged)' 제품을 생산중이다. 러기드 IT기기는 충격이나 급격한 온도변화에 버티도록 외장재를 강화해 다소 투박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갤럭시 S4 액티브'를 시작으로 '갤럭시 S8 액티브'까지 나와있다. 같은 라인업에 비해 대부분 배터리 용량이 크고 외관이 두껍다. 산업용이나 군사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팔지는 않고 있다.

소비자용 기기로 밀스펙을 강조하는 업체는 LG전자가 대표적이다. 초경량 노트북인 'LG 그램', 스마트폰 프리미엄라인인 'V'시리즈 등 대다수 제품에 밀스펙 테스트를 거쳤다. V시리즈는 V10부터 시작해 최신 라인업인 V40까지가 모두 혹독한 내구성 실험을 거친 제품들이다. 충격, 저온, 고온, 고압 등의 테스트도 있지만 온도 변화에 따른 성능도 따져본다. 순간에 10도 이상 온도 변화를 주고도 제대로 작동할지 꺼질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미 육군은 기기 쓰임새에 따라 흔들림이나 진동, 장기간 햇볕 노출 등 세부 테스트 기준을 가지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중가폰 'LG Q9'도 밀스펙을 통과한 제품이다. 낙하, 고온, 저온, 고습, 진동 등 14개 항목을 통과했다. 최근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LG 그램 17'의 경우 무게를 줄이고도 메탈 마그네슘을 적용했다. 우주선이나 레이싱카에 주로 쓰이는 재료다. 밀스펙 7개 항목(충격, 고온, 저온, 진동 등)을 만족시키고 있다. 지난해 LG전자가 출시한 올뉴 그램 노트북 시리즈는 인치별 대부분의 제품이 밀스펙 테스트를 통과했다. 대만 노트북 업체인 에이수스(ASUS) 는 최근 국내 출시한 노트북 UX330에 밀스펙 테스트를 거쳐 인증 받았다.

■세부 인증 항목 등 살펴봐야

밀스펙은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들에게 양날의 칼이다. 실제 거친 환경을 버티도록 설계한 러기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항목에서 테스트를 통과했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믿고 강한 충격이나 저온 등에 노출하면 제품이 파손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밀스펙 일부 항목을 통과하고도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밀스펙 테스트는 충격, 온도 뿐 아니라 습도, 균류 오염등 알려진 항목만 30가지가 넘는데 이중 일부만 통과해도 밀스펙에 합격한 제품으로 볼수는 있다"면서 "합격한 테스트 항목이 많을 수록 튼튼하지만 무게나 디자인 측면에선 제품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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