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외진 아크릴 대표 "아이언맨 속 '자비스' 같은 챗봇 만들고 싶습니다"
2019.02.10 16:24
수정 : 2019.02.11 13:54기사원문
영화 '아이언맨', '어벤져스'에 나오는 인공지능(AI) '자비스'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저택을 관리하고 적과의 전투에 도움을 주는 등 수시로 주인공과 소통한다. 또 다른 영화 '허'에서는 주인공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사만다'와 교감하면서 사랑을 느낀다.
우리나라에도 '자비스', '사만다' 같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경영인이 있다.
서울 선릉로 아크릴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는 "학교 다닐 때부터 감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니 감성적이라는 비난과 칭찬을 동시에 자주 들었고,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왜 국내에는 감성과 관련된 정보처리 기업이 없지'라는 의문을 갖게 돼 직접 창업을 하게 됐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감성이라는 주제로 시작해 언어 전반에 대해 이해하는 솔루션 '조나단'을 개발·보유하게 되면서 관련된 연구를 하고 이를 통해 고객사가 원하는 인공지능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나단은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영어 이름에서 가져온 것으로, 소설 '갈매기의 꿈' 주인공 '조나단'의 상징까지 더했다.
지난 2011년 창업한 아크릴은 2013년 LG 스마트 TV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감성 추천 서비스를 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영화 '한줄평'을 분석해 영화 소비자가 느낀 감정을 분석·분류해 영화를 추천하는 형태다. 또 최근에는 LG전자와 함께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 CES(소비자가전쇼)를 보면 감성을 나누는 장난감 같은 것들이 많이 나왔다"면서 "LG전자와 함께 감성을 지닌 교감형, 친구 개념의 제품을 공동으로 연구·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2016년에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으면서 자금 상황에 숨통이 트였고 지난해 3월 LG전자로부터 10억원, 같은 해 8월 SK C&C로부터 25억원을 투자받음으로써 누적 투자 유치액이 60억원을 넘어섰다. 창업 당시 6명이던 임직원 수는 창업과 성장 사이에 건너야 할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며 현재 72명으로 늘었다.
아크릴은 최근 화상전문병원인 베스티안병원의 대화로봇(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화상 발생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서 챗봇에 보여주면 챗봇이 병원을 가야 하는 상태인지,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려주는 형태"라며 "우리나라 의료법상 가이드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원격진료까지 바라보고 추진 중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크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관련 주요 연구개발(R&D) 사업에 대부분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의 발생 가능성을 조기 판단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주요 은행·보험 등 금융기관 10여곳과 텔레마케팅 녹취록을 텍스트로 바꿔 분석하는 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박 대표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정말 자연스러운 대화를 구현하는 챗봇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영화 '허' 속 사만다는 막판 연결이 끊기면서 주인공을 슬프게 했지만 우리는 더 힘이 되는 공감형 챗봇을 만드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