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집 맞아?'는 성 고정관념"…성인지감수성에 매몰된 여가부 산하기관
2019.02.19 14:13
수정 : 2019.02.19 14:13기사원문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가 빈축을 사고 있다.
웹툰, 방송 등 일부 문화콘텐츠에 쓰이는 표현을 지나친 '성인지감수성' 시각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가부 및 일부 산하기관이 최근 문화콘텐츠를 성평등 위주로만 바라보면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19일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이 기관은 지난 1월 발간한 '2018년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웹툰)'를 통해 다음 웹툰 'N번째 연애'의 한 장면을 문제삼았다.
보고서가 지적한 것은 남자 혼자 사는 집을 찾은 한 여성이 정리정돈이 잘 된 집 내부를 둘러보고, '우와, 엄청 깔끔하네', '남자 집 맞아?'라며 독백하는 장면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집안일을 여성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성별 고정관념이 바탕이 된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또 보고서는 네이버 웹툰 '노블레스'에서 한 여성이 태블릿 PC를 통해 "지금 온 세상이 우리 때문에 시끄럽네요", "어머, 이 장면은 좀 이쁘게 나왔네"라고 말한 장면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계가 혼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외부 상황에 상관없이 SNS로 사진을 감상한다"며 "이는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외모에만 신경쓴다는 편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해 10월 펴낸 보고서를 통해선 예능·오락프로그램을 다뤘다.
보고서는 MBC 에브리원 채널의 '비디오스타'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출연자가 연인과 사귀기 전 첫 고백을 거절당했으나 이후 계속해 고백한 일을 문제가 있는 장면으로 언급했다.
보고서는 "상대의 거듭된 거절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마음을 받아 달라고 요구하며 따라다니는 행동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TV조선 프로그램인 '아내의 맛'에서는 한 출연자가 헤어롤을 말고, 얼굴에 팩을 하는 이유로 "남편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라고 언급한 부분이 문제로 꼽혔다.
보고서는 "외모 관리의 목적은 항상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행위의 목적이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것이 될 때 행위 주체는 자율성을 상실한다"면서 "여성의 외모 관리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남성을 위한 것이 될 때 이러한 행위는 꾸미기 노동이 된다. 따라서 '남편을 위해 꾸민다'는 발언은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남성 의존성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런가하면 여가부는 지난 13일 각 방송국 및 프로그램 제작사에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여가부는 안내서에서 '획일적인 외모 기준을 제시하는 연출 및 표현' 항목을 통해 방송에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여가부는 "음악방송 출연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라며 음악방송을 사례로 들었다.
여가부는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획일성은 심각하다"며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아이돌 그룹으로, 음악적 다양성 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의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면서 "외모의 획일성은 남녀 모두 같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가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성평등 표현에 지나치게 엄격하게 대처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를 수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항우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중문화가 국민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양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직접 정부가 제작에 개입해 지침을 내리는 건 시대착오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