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항공기 국내 정비의 꿈 이뤘다
2019.02.21 18:06
수정 : 2019.02.21 18:06기사원문
【 사천(경남)=김용훈 기자】 "그간 저비용항공사(LCC)는 항공기 정비 비용이 만만찮았아요. 싱가포르까지 항공기를 몰고 가서 정비를 받고 돌아와야 했거든요."
21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서비스(KAEMS) 본사에서 열린 '민간 항공기 초도 정비 입고 행사'에서 만난 국내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자사의 여객기 B737을 KAEMS에 맡겼다. 입고된 항공기는 동체, 날개, 배선, 객실 등을 상세 점검하는 기체 중정비(C-check)를 마치고 내달 4일 출고될 예정이다.
이날 제주항공 B737 입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 착수를 선언한 KAEMS는 지난 2017년 12월 정부지원 항공정비(MRO) 사업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선정되면서 설립 발판을 마련했다. KAI가 897억원(66%), 한국공항공사(269억원·20%), BNK금융지주(122억원), 제주항공(10억원), 이스타항공(5억원) 등 7개사가 주주사로 참여했다. 기체수리 정비시설과 특수장비를 완비하고, 작년 60명의 인력을 새로 뽑았다. 올해 수주 목표는 국내 LCC 항공기 19대로 군수포함 90억원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KAEMS의 시작은 국가적으로도 그 의미가 크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1948년 국내에서 민간항공기 첫 운항을 시작한 지 70년이 지났다. 세계 7위의 항공운송 대국이 됐지만, 성장 기반이 돼야할 정비 인프라는 성장하지 못했다"며 "그 결실을 본 것 같아 기쁘고 감회가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2017년 6월 취임한 김 장관은 정부지원 MRO 사업자 선정부터 이날의 KAEMS의 사업착수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국가적인 이익도 크다. 현재 우리나라 민간 항공정비 수요는 약 2조30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매년 절반 이상을 해외에 맡기고 있다. 김 장관은 "KAEMS의 사업 착수를 통해 2026년까지 일자리 2만여개, 5조4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조연기 KAEMS 대표는 "최고의 정비품질은 물론 정비 시간과 비용을 낮춰 국내에서 안전하게 MRO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건의했다.
국내 LCC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KAEMS의 먹거리는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인천공항 전체 여객의 30%인 2077만명이 LCC를 이용했다. 이 수요를 감당하려면 항공기 신규도입이 필수고, 당연히 정비수요도 뒤따른다. 작년에만 신규 운송사업용 항공기 29대 중 66%에 해당하는 19대를 LCC가 도입했다. 현재 LCC 6곳의 보유항공기는 140대로 대형항공사(FSC) 2곳의 56%에 달한다. 최근엔 몽골, 싱가포르 신규노선 운수권 등을 위해 항공기 도입속도가 더 빨라졌다.
하지만 KAEMS의 비전은 국내 LCC 수요에 그치지 않는다. 조 대표는 오는 7월 미연방항공청 항공기 수리사업장 인가를 취득해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와 아시아태평양지역 여객기 증가세로 인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MRO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2008년 3910대이던 아·태지역 MRO 수요는 2014년 5470대로 40% 증가했다. 현재는 싱가포르가 창이공항 주변에 MRO 복합단지를 조성, 연간 6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