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붙은 '칼 집' 사이로 '교통문화 혁명' 펼친다
2019.03.06 18:11
수정 : 2019.03.06 20:26기사원문
【 하노이(베트남)=서혜진 기자】2월 중순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바딩구 낌마(Kim MA) 거리. 고층빌딩이 몰려 있는 '롯데호텔 하노이' 앞 사거리는 버스와 자동차, 오토바이떼로 가득 차있었다. 매캐한 연기를 내뿜으며 내달리는 차량들 사이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이 사거리 바로 옆에서 현대건설의 하노이 경전철 3호선 9역사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칼 집 옆에서 교통문화 혁명 싹 틔워
베트남 교통문화 혁명을 일으킬 경전철 프로젝트는 하노이에서 8개 노선으로 추진된다. 이 중 경전철 3호선 건설사업에 현대건설을 비롯해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하노이 서북부와 남부지역을 잇는 핵심 노선인 하노이 경전철 3호선은 프랑스개발은행(AFD)과 유럽투자은행(EI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으로부터 재원을 받아 진행된다.
총 연장 12.5㎞ 공사 구간 중 지상 약 8.5㎞, 지하 4㎞로 구성되는데 현대건설은 이 중 지하 3.5㎞ 터널구간과 4개(9~12번) 역사 공원을 시공한다.
'롯데호텔 하노이' 앞 사거리에 위치한 현대건설 9역사 공사현장은 분주했다. 10역사보다 두 달 늦은 지난해 12월 첫 삽을 떴지만 진행속도는 더 빠르다.
공사가 진행되는 21m의 6차선 도로가에는 3~4층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건물 가로폭이 좁아 '칼 집'이라 불리는 이 건물들을 코 앞에 두고 안정액을 사용하여 굴착한 뒤 지중에 연속된 철근 콘크리트 벽을 형성하는 지하연속벽(Diaphragm Wall)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사는 지하연속벽 작업 이후 토곰 터파기 및 구조물 공사, 방수공사 및 되메우기, 건축 및 기계전기 등 마감공사 순으로 이뤄진다. 현재 1단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 곳에서 자동차로 5분 가량 떨어진 10역사의 경우 착수는 4개 역사 가운데 제일 먼저 했지만 진행은 더디다.
김도균 현장소장은 "10역사의 경우 착수는 제일 빨랐지만 부지를 북측 절반만 넘겨받아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전체 부지를 받은 9역사의 공사가 제일 먼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진출 기업들에게 부지 확보 문제는 가장 큰 난관이다. 토지 수용 및 보상 절차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베트남 정부가 수용을 밀어부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수용절차가 빠르게 진행될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건물주 및 임대인들과 일일이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TBM공법 주목
하노이 현지에서는 현대건설의 전문건설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번 경전철 공사에 기계식 굴착공법인 TBM공법을 사용한다.
하노이에서 첫 시도이며 베트남 전체적으로는 호치민 경전철 1호선 이후 두번째다.
인구·주거 밀집 지역 지하에 적용되는 TBM공법은 최첨단 장비를 갖춘 원형의 회전식 기계가 땅을 파는 동시에 콘크리트 터널을 조립한다. 기존 화약발파공법과는 달리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으며 지반침하를 예방할 수 있다.
김 소장은 "현지 공무원들과 관계자들도 TBM공법이 시도되는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한다"고 귀띔했다.
연약지반 때문에 무엇보다 세심하고 안전한 시공이 요구되는 베트남에서 현대건설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기술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9역사 현장에서 공사 중 침하 또는 변위를 측정하기 위해 설치하는 계측기 수가 일반적인 수준의 3~4배에 달한다.
현장 직원들에게 철저한 안전교육은 필수다.
김 소장은 "처음에는 현지 직원들이 안전모·안전화 착용 등 기본 안전수칙도 잘 몰랐지만 철저한 안전교육을 통해 이제는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5년부터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베트남 현대·코이카 드림센터'를 지원함으로써 베트남 청년들 730여명을 건설 인력으로 양성하기도 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의 전문기술을 베트남 청년들에게 전수하며 사회공헌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공유가치창출(CSV)' 차원에서다.
현대건설은 이렇게 교육받은 베트남 청년들 가운데 유능한 인재를 뽑아 정직원으로 채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트럼프 숙소 JW메리어트 호텔 시공
현대건설은 지난 1966년 최초 베트남 진출 이후 50여년간 인프라·전력·주택·건축 등 모든 건설 분야에서 대표 공사를 수행하며 '건설한류'를 견인해왔다.
현재까지 몽정1 석탄발전소, 비텍스코 68층 랜드마크 타워, 하동 힐스테이트 등 총 20건(27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했다.
특히 현대건설이 2013년 9월 완공한 JW메리어트 하노이 호텔은 지난달 27~28일 열린 2차 북·미 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로 사용돼 눈길을 끌었다.
JW메리어트 하노이 호텔은 똬리를 튼 용의 모습을 기하학적으로 형상화 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
일반적인 건축물에 비해 네 배 이상의 휨 하중을 받는 JW 메리어트 하노이 호텔의 독특한 캔틸레버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약 9500t의 철근과 2300t의 구조용강이 투입된 다양한 트러스 구조가 적용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제·외교 참모들도 방문한 관광단지인 하룽베이가 위치한 하이퐁 뚜이응웬현에는 '현대 비나 송지아 리조트'를 건설, 운영중이다.
60실 규모의 호텔과 서비스 레지던스 2개 단지 78가구로 구성돼있으며 수영장·체육관·헬스장·테니스 코트(6면)·키즈클럽·스파·마사지 시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 가족 휴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