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제 "피자헛 위기? 기본 소홀 탓.. 백종원 골목식당 긍정적"

      2019.03.09 08:05   수정 : 2019.03.09 09:20기사원문

한국에 피자헛을 처음 들여온 뒤 한 때 소득세만 110억원을 내 개인종합소득세 1위에 올랐던 성신제 HS컨설팅 컴퍼니 대표(71), 그에게 피자헛은 애증의 존재와 같다. 피자라는 음식이 낯설기만 하던 1980년대 우리나라에 피자헛을 선보인 뒤 성공리에 안착시키자 미국 본사가 직영을 통보하면서 320억원에 국내 경영권을 내줘야 했다.

이에 성 대표는 한동안 길 가다가 피자헛 매장이 보이면 고개를 돌릴 정도로 속이 상했다고 한다.

그는 “난 사업을 하면 올인하기에 사업체가 내 자식 같이 느껴졌다. 피자헛을 그렇게 넘긴 뒤 너무 화가 나고 가슴이 아팠다”면서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게 피자헛의 글로벌 전략이더라. 그걸 안타까워 할 필요도, 아쉬워 할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닫고 ‘간판은 제대로 유지하고 있나’ ‘매장은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나’ 다시 쳐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창 잘 나갔던 피자헛은 실적 악화로 인해 2017년 국내 투자회사인 오차드원에 매각됐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3000억원을 넘었던 매출은 2014년 1142억원, 2015년 893억원 등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2013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성 대표는 피자헛이 위기에 놓인 이유로 사측이 기본에 소홀한 것과 사람들의 식성 변화를 꼽았다.
그는 먼저 “내가 피자헛에서 손을 뗀 뒤 들어온 경영진들은 전문경영인으로, 이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자신의 임기 보장이다. 피자도 기본이 튼튼해야 하는데, 어떻게든 요란하게 만들어 소비자들을 현혹시켜 매출을 올리는 등 자기 임기 보장을 받는 데만 신경 썼던 것”이라며 “피자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지고 맛이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피자헛 같은 피자가 건강에 안 좋다는 생각이 많아져 미국에서도 이탈리안 오리지널 피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대표는 피자헛 매각 이후 케니 로저스 치킨 사업을 벌이다 미국 본사의 투자 철회로 실패한 뒤 성신제피자로 성공하는 듯 했으나 또 다시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는 2015년 컵케이크로 재기를 노렸으나 재차 실패한 뒤 최근에는 마카롱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한동안 컵케이크에 매달렸던 것에 대해 “미국에 가서 투자를 받으려 했는데 돈도 없고 백발 할아버지인 날 믿어주는 사람이 없더라. 그런데 컵케이크 업체에서 날 믿고 투자를 해줬다”면서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져 혼자서 컵케이크를 먹는 문화가 생길 거라 보고 시작했는데, 미국 현지 레시피가 너무 달더라. 이걸 바꾸려 했는데 미국 본사가 다른 회사에 매각되면서 한국 투자를 접는다고 해서 또 다시 3억 정도를 떠안고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토로했다.

마카롱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택배 시대에 컵케이크는 던지면 잘 망가지는 반면 마카롱이 그 정도는 아니더라. 마카롱을 플라스틱에 고정시켜 에어쿠션을 담은 뒤 여러 차례 던져보니 괜찮았다”며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마카롱 소식을 올리고 주문을 받는데, 제가 직접 통화하고 소통하다 보니 반응이 굉장히 좋다. '이게 활로겠다' 싶어 아침에 내가 나오면 기본 밑작업을 한 뒤 내 딸이 나와서 굽고 꺼내고 포장해 택배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처럼 사업에만 올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성 대표의 설명이다. 이제 70이 넘은 나이에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만큼 다시 피자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젊은이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저녁에는 일을 마치고 운동을 한 뒤 원고를 집필하고 있다.

성 대표는 “당장 자금이 없어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책을 출간하려 한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 중순까지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장사가 안 된다며 내 가게로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종종 있다. 이런 이들에게 ‘읽고 쓰고 걷자’는 얘기를 해주고 싶은데, 아무리 바빠도 한 줄이라도 읽고 동네 골목이라도 걸으면 생각이 정리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성 대표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식업 종사자들을 낮게 깔보는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음식점 사장님들도 끊임없는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으며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일반 상인에 대한 인지도나 사회적 명성이 굉장히 낮았다. 식당한다고 하면 무조건 하대하고, 식당에 취직한 본인도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심각한 문제”라며 “요식업 종사자들이 의식주 중 하나인 ‘식’을 담당하는 사람들인데 하대한다는 게 말도 안 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이후 외식업 종사자들의 자부심은 많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론 일부 단점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빼놓지 않았다.
성 대표는 “백종원 대표가 제시한 솔루션을 통해 가게가 성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방송을 보면서 ‘어? 이렇게 하면 되겠네?’ 하고서 자질도 없는 사람이 자영업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음식이나 손님을 다루는 것을 교육한다고 되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골목식당이 자영업자들에게 주는 효과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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