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따라 달라지는 美인권보고서, 北 감싸고 中 때리고

      2019.03.14 17:42   수정 : 2019.03.14 17:44기사원문

북한과 비핵화 협상 중인 미국 트럼프 정부가 13일(현지시간) 내놓은 지난해 인권 보고서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에 대한 비난 수위를 이례적으로 낮추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는 최근 무역전쟁과 협상 난항으로 사이가 나빠진 중국의 인권을 강력하게 비난, 외교관계에 따라 결이 다른 인권 평가를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2018 인권 실천에 대한 국가 보고서' 서문에서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와 그러지 않는 국가가 공존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특정 국가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그들의 과거와 관계없이 교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北 인권실태 평가 자제

지난 1977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인권 수준을 진단하는 보고서를 발행했던 미국 국무부는 지난 2017년 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다음과 같은 거의 모든 분류에서 정부에 의한 지독한 인권침해에 직면했다"며 정치범수용소, 불공정 재판, 강제연행 등 각종 인권침해 사례를 나열했다. 국무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그가 이미 2016년 국무위원장에 취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김정일이 2011년에 사망한 이후 그의 아들인 김정은이 북한의 원수 겸 조선인민군 총사령관으로 지명됐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2018년 보고서에서는 표현이 달라졌다. 국무부는 보고서 서두에 '(북한의) 인권 문제는 다음과 같다'며 정부에 의한 불법살인, 실종, 교화소 등을 썼다. 김 위원장 호칭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 북한의 국무위원장이다'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공개처형이나 기타 반인륜범죄 같은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설명하면서도 비정부기구 혹은 싱크탱크 보고서를 인용했다고 덧붙였고, 해당 범죄를 북한 정부가 저질렀다는 직접적 판단을 미뤘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2016년 북한에 억류됐다 이듬해 석방 직후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에 대한 언급이 빠졌으며 북한의 일본인 납치 혐의는 포함됐다.

마이클 코작 국무부 인권담당대사는 보고서 발표 당일 브리핑에서 '지독한'이라는 단어가 왜 빠졌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지난해에) 북한을 그렇게 묘사했는지는 모르겠다"며 "북한이 지독하다는 것은 (보고서에) 함축적으로 내포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미사일시험 재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 나는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다. (정보가 들어오면)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中 등 관계 나쁜 국가는 '맹공'

국무부는 비핵화 협상 도중인 북한과 달리 트럼프 정부와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는 다른 국가들은 가차 없이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담화에서 미국의 핵합의 탈퇴 이후 대립하고 있는 이란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지난해 이란 정부가 시위대 20명 이상을 살해하고, 수천명을 구금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 외에도 남미에서 베네수엘라, 쿠바와 함께 사회주의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니카라과의 인권실태를 지적하고 아프리카 남수단의 열악한 인권도 비난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집중포화를 맞은 국가는 중국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은 인권침해 면에서 독보적이다. 중국은 지난해에 이슬람을 믿는 소수민족 체포작업을 기록적 수준으로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100만명 이상의 웨이우얼족, 카자흐족, 그외 이슬람 신자들이 그들의 종교와 민족성을 말살시키기 위한 재교육 수용소에 끌려갔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극단 테러리즘에 영향을 받은 주민들을 교화한다는 목적으로 직업훈련소를 운영하고 있다.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직업훈련소를 지적하고 "80만~200만명에 이르는 웨이우얼족과 다른 이슬람 신자들이 임의로 갇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국 언론과 인권단체 등을 인용해 해당 시설에서 구타와 고문, 살인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중국과 무역전쟁 휴전 이후 협상에 나선 트럼프 정부는 최근 협상 속도를 늦추며 협상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2일 청문회에서 "아직 주요한 문제들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며 협상 타결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인권보고서 발표 당일 기자들에게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며 "우리에게 좋은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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