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내사' 한달만에 수사팀 물갈이…6년전 무슨 일이?

      2019.03.26 11:37   수정 : 2019.04.01 16:52기사원문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경찰청장 교체 후 수사라인 물갈이…"이례적 인사였다"
당시 靑민정 vs 경찰, 김학의 내사 보고 여부 '진실공방'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 재수사 대상에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수사 외압 의혹이 포함되면서 당시 수사팀에 대한 좌천성 인사 정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3년 '김학의 성범죄 의혹 사건'을 맡은 경찰 수사팀 지휘라인이 수사 시작 한 달 만에 모두 교체된 것을 두고 경찰 안팎에선 뒤늦은 증언이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내사 사실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의 해명을 둘러싼 수사개입 진실공방도 더해지고 있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2013년 3월18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내사 착수를 공식화했다. 내사 착수 시기 전후인 2013년 3월 15일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이 사의표명하고, 같은 달 29일 이성한 경찰청장이 취임했다.
김학의 전 차관은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이 사의표명한 날 취임했다가 의혹이 커지자 6일 후인 2013년 3월21일 자진사퇴했다.

◇한 달 만에 수사라인 모두 교체…非수사부서로 이동

며칠 뒤 다음달인 4월 5일 치안감급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때 경찰 내 최고위 수사책임자인 김학배 당시 본청 수사국장이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전보됐다. 열흘 뒤 경무관급 인사에서는 수사국 2인자 이세민 본청 수사기획관이 보임 6개월 만에 경찰대학 학생지도부장으로 좌천됐다.

문제는 당시 인사 시기가 매년 말에 이뤄지는 경찰 고위직 정기 인사 시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성한 신임 청장이 취임하면서 지휘부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 법무차관 내정자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수사라인 물갈이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경찰 안팎의 분석이다.

당시 수사팀 한 관계자는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수사라인이 차례차례 일할 수 없는 자리(김학의 관련 수사와 관련 없는)로 이동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경무관 인사는 승진 없이 전보 인사만 단행됐다. 경무관 승진 인사만 연말로 미룬 것은 당시 박근혜정부가 경찰의 김 전 차관 성범죄 의혹 수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파다했다.

통상 경무관급 이상 인사는 대통령 재가를 거쳐야 한다. 경무관 승진 인사를 하지 않으면서 지방경찰청 차장 등 7개 주요 보직은 수개월간 공석으로 남았었다.

나머지 수사 실무자급도 모두 수사와 관련 없는 부서로 이동했다. 같은 달 18일 총경급 인사에서는 이명교 본청 특수수사과장이 국회경비대장으로, 반기수 본청 범죄정보과장이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당시 수사팀장도 이듬해 초 인사를 통해 비수사부서를 전전해야 했다.

이세민 당시 수사기획관은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대검 진상조사단 등 공식적인 기관에 진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기획관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김학의 내사에 대해) 언론에 얘기를 하면, 상대방에게 부인할 수 있는 자료를 주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곽상도·조응천 "경찰, 수사 하는 것 없다 했다" vs 경찰 "수차례 보고"

경찰이 임명 당일까지 김 전 차관을 수사 또는 내사한 적이 없다고 보고했다는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해명을 두고 진실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수사개입이나 외압이 아닌 부실 보고에 대한 문책 수준이었다는 주장이다.

수사외압을 행사한 당사자로 지목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찰에 이 사건을 수사하느냐고 물었더니 경찰에서 수사하는 것이 없다고 했다"면서 "하루 이틀 후 인사발표가 나니 경찰이 오후에 찾아와 수사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경찰책임자를 허위보고로 질책했다고 밝히며 "민정수석에 부여된 권한에 따라 일한 것뿐인데, 대통령은 해외 갔다 오자마자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임명에 앞서 인사 검증을 하기 위해 경찰에 물어봤으나, 내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명 전 수차례 청와대에 비위 의혹을 보고했고 수사 과정에도 외압이 있었다는 경찰 내부 진술이 나오면서 당시 지시·보고 관계에 대한 진상규명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김학의 관련) 동영상 내용을 보니 굉장히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에 대해 구두로도 (청와대에) 보고했는데 인사권자한테 (경찰 고위급이) 질책전화를 심하게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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