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이트 하루 150개씩 차단해도… 더 빠른 속도로 재생산
2019.03.29 17:16
수정 : 2019.03.29 17:16기사원문
일명 '보안접속(http
s) 차단'이라고 불리는 SNI 필드 차단 기술이 도입 40여일 만에 7000개에 가까운 불법 사이트를 차단했다. 하루 평균 140여 곳의 불법 사이트가 문을 닫은 셈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I 필드 차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법 사이트들이 재생산 되고 있어 실효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50일간 6300곳 차단…실효성 '글쎄'
2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SNI 필드 차단 방식으로 차단된 불법 사이트는 모두 6298곳이다. 지난 달 11일 도입된 이후 하루 평균 146곳의 사이트가 한국에서 문을 닫다시피 한 것이다.
SNI 필드 차단 기술 도입 이전부터 뜨거웠던 반대 여론은 도입이 50일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뜨겁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가상사설망(VPN) 우회 등 차단을 피하는 방법이 설명되는가 하면, 기술 도입 옹호에 비난으로 맞서는 네티즌도 상당수다.
이처럼 SNI 필드 차단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각에선 불법 사이트 차단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6000곳이 넘는 사이트를 차단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대체 사이트를 막을 방법이 있냐는 것이다. 실제 SNI 필드 차단 방식으로 문을 닫은 한 불법 웹툰 게시 사이트는 웹 주소 끝에 숫자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모호한 기준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미국의 대형 음란물 사이트는 SNI 필드 차단 방식으로 국내에서 접속이 불가능하지만, 대형 검색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대체 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다. 이름도 같은 사이트들이지만 대표 사이트는 차단된 반면, 사실상 똑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대체 사이트는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SNI 필드 차단의 기술적 문제보다는 행정적 절차에서 비롯한다. 경찰과 방송통신위원회는 특정 사이트의 불법성을 판단한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의뢰한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다시 한 번 초고속 인터넷 제공(ISP) 사업자들에게 해당 사이트 차단을 의뢰한다. 최소 세 단계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민첩한 대처가 어려운 부분이다.
■"장기적 원천차단‥사법 공조 절실"
전문가들은 모든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효성 문제는 앞으로도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사이트들의 불법성을 일일이 판단하고 모두 차단하는 건 SNI 필드 차단이 아니라 그 어떤 방식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정부도 모든 사이트를 차단해 나간다기 보단 불법성을 판단해 차단함으로써 본보기를 삼고자 하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더욱 확실하고 민첩한 차단 방식을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여전히 SNI 필드 차단 방식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며 "VPN 우회접속 등 차단을 피해가는 여러 방식들에 대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ISP사업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체 사이트들의 경우 대체 사이트를 일일이 차단하는 것보다 사법당국이 나서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경찰이나 사법당국과의 공조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