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발표 後…박삼구 전 회장 "피 토하는 심정, 면목없다"

      2019.04.16 09:31   수정 : 2019.04.16 09:31기사원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을 발표한 15일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에 편지를 보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했다"며 심정을 전했다. 이어 "그룹을 이끌어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 없고 민망한 마음"이라며 "고생한 시간을 보내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박삼구 전 회장 "피 토하는 심정…면목 없다"
16일 아시아나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박삼구 전 회장은 '사랑하는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원고지 10매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이를 박 전 회장은 "오늘(15일) 그룹 비상경영위원회와 금호산업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며 "지난번 회계 사태 이후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회사의 자구안이 채권단에 제출됐습니다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에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했다"며 "이 결정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임직원 여러분께서 받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그 간 그룹을 이끌어왔던 저로서는 참으로 면목 없고 민망한 마음"이라고 했다.
다만 박 전 회장은 "이 결정이 지금 회사가 처한 어려움을 현명하게 타개해 나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의 동의와 혜량을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31년의 세월…IMF·9.11·사스와 메르스 "고생시켜 미안하다"
이어 박 전 회장은 지난 1988년 2월 17일 아시아나항공 창립 이후 31년간의 세월을 함께 했던 임직원에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IMF를 비롯해 9.11테러, 사스와 메르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외부적 시련에 맞서야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여러분들과 땀 흘렸던 빛나는 순간과 고독한 결정을 해야 했던 불면의 밤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며 "특히 IMF 때 고생시켰던 임직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박 전 회장은 운항승무원, 캐빈승무원, 정비사, 영업직원, 화물직원, 일반직 직원들,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그 결과 아시아나는 전 세계를 누비는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할 수 있었고, 세계 최대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할 수 있었으며, 세계 유수의 서비스 평가기관으로부터 '올해의 항공사 상'을 석권할 수 있었다"며 그 공로를 임직원들에게 돌렸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는 늘 그룹의 자랑이었고 주력이었다. 여러분이 그렇듯이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다"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지난 2004년에는 그룹 명칭을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변경한 바 있다.
그는 "이제 저는 아시아나를 떠나보낸다. 아시아나항공이 조속히 안정을 찾고 더 나아가 변함없이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발전해 나가길 돕고 응원하겠다"며 "아시아나항공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같은 날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이번 (매각)결정은 아시아나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우리 1만여 임직원 여러분들을 보호하고, 주주 여러분들과 금융기관, 기타 회사의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결정"이라며 "향후 경영환경이 한층 더 안정될 것인 바, 회사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더 많은 고객께 최고의 안전과 서비스로 만족을 드릴 수 있도록 본연의 업무에 더욱더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