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용 카지노 대형화 막는 조례안 상정 불발
2019.05.06 14:43
수정 : 2019.05.06 14:49기사원문
[제주=파이낸셜뉴스 좌승훈 기자] 제주도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이전할 때 영업장 대형화를 막는 내용의 '제주도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의안 접수 마감일까지 상정되지 못해 조례 개정이 불투명해졌다.
6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해당 조례 개정안은 대표 발의한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동을)은 10인 이상 또는 재적의원 5분의 1이상의 서명을 받아 오는 16일 열리는 제372회 임시회에서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회 10일전이 지난 3일까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지 못하면서 이달 중 조례안 처리가 불가능하게 됐고 오는 6월 개최되는 정례회 상정처리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개정안은 카지노 사업장의 소재지 이전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어 입법예고 단계부터 업계로부터 강한 반발이 제기됐다. 기존 호텔 내 하우스 수준의 소규모 카지노를 인수해 변경허가를 받아 확장 이전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카지노 사업장 건물을 대수선하거나 재건축, 멸실 등 불가피하게 사업장을 옮겨야 하는 경우만 변경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외의 경우는 변경허가 대상이 아닌 신규허가로 보고 이에 따른 절차를 밟도록 했다. 기존 제주신화월드의 랜딩카지노와 같이 사업권을 매입한 후 사업장을 옮기면서, 대형화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내 카지노 이전을 차단하는 내용의 개정안 도의회를 통과된다면, 중국계 자본이 투자한 랜딩카지노만 대형화라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개정안을 일명 '람정 카지노 특혜 조례안'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역차별 논란에서 비롯됐다.
현재 도내 8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 6개는 외국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또 이중 중국계 자본의 랜딩카지노는 지난해 2월 영업장 소재지 이전을 통해 기존 803㎡이던 카지노 영업장 시설 면적을 5581㎡(테이블 165개· 슬롯머신 239개)로 무려 7배나 확장했다.
반면 본사 제주 이전과 함께 기존 LT카지노를 제주드림타워로 확장 이전을 추진하던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개정 조례안이 시행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정안은 또 국내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과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육성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또 호텔에 영업장을 둔 ‘동네 마트’ 규모의 기존 외국인 카지노를 규모화하고 대신 도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제주도는 특별법에 따라 외국인이 5억 달러(한화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카지노를 신규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자격일 뿐, 이미 도내 8개 카지노가 경쟁하는 마당에 새로 운영권을 준다는 것은 지자체로서도 여간 부담스런 일이 아니다. 업계에선 따라서 기존 소규모 카지노 운영권을 사들인 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카지노 산업의 세계적인 추세인 대형화·복합화를 모색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