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빗대며… "한 기관이 전권적 권능 행사 안된다"

      2019.05.16 17:43   수정 : 2019.05.16 18:28기사원문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자체는 필요하지만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간 수사권 조정방안에 대해선 재차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수사지휘권 폐지는 사후 약방문"

문 총장은 16일 오전 서울 반포대로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사권 조정 논의가 벌어진 것은 검찰이 원인을 제공했다"면서도 "현재 국회에서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최근 수사권 조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자신의 발언 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한껏 몸을 낮췄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이 국민의 인권보호에 중점을 두고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이날도 이어갔다.

문 총장은 '프랑스 대혁명'을 언급하며 "'수사 착수하는 사람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결론 내리는 사람은 착수하지 않는다'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원칙이 정립됐다"며 "이는 어느 한 기관이나 개인도 전권적 권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삼갔지만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수사지휘권을 폐지토록 한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총장은 이런 검찰의 우려에 대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보완책에 대해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사후 약방문'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경찰의 1차 수사로 잘못이 드러난 부분을 사후에 검찰에게 바로 잡아보라고 하는 것은 미연에 막을 수 있는 국민 기본권 침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3일 검사장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경찰이 1차 종결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재수사요구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수사 대폭 축소, 형사부 중심 재편

문 총장은 검찰이 그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는 점을 인정하며 특별수사 총량을 대폭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는 "보도횟수가 많아 그렇게 보일 순 있겠지만 실제론 전국적으로 (특별수사) 건수가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문 총장은 나아가 국민이 원할 경우엔 현재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고검이 소재한 전국 5개 지방검찰청에 남아있는 특별수사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신 형사부와 공판부 중심으로 검찰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수사 기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 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는 일부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공수처 도입을 굳이 반대하지는 않지만 헌법에 근거도 없이 한 기관이 수사권은 물론 기소권과 영장청구권까지 갖는 문제는 법률가로서 걱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헌법상 검사만 가질 수 있는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공수처에 부여하려면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 것이다. 다만 공수처 논의는 국회가 해결할 문제라며 구체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정신청 범위를 전면 확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도 법원의 사후통제를 받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검찰의 기소독점권 견제 장치 중 하나인 재정신청을 적극 활용해 권한을 일부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지난해 10월 재정신청 가능한 사건을 사실상 모든 고소·고발로 확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재정신청이란 고소·고발 사건을 검사가 불기소 처분한 경우 고소·고발인이 법원에 다시 한번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관할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사의 1차 판단과 무관하게 공소제기를 결정할 수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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