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낮출 에어컨 흡착제 등 혁신기술로 국민과 '케미' 맞추겠다"
2019.05.21 17:01
수정 : 2019.05.22 11:06기사원문
"한국화학연구원은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변화의 시기에 놓여있다. 장기적으로 화학연의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겠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21일 화학연의 중요성과 존재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 원장은 "우리 연구원에서 하고 있는 대표 분야를 국민에게 다가가기 쉽도록 브랜드화해 소통할 예정"이라며 "화학연의 존재가치와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리는 한 해, 화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전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취임 후 성과와 아쉬운 점은. 또 앞으로 어떤 것을 시행할 것인가.
▲취임 첫 해인 지난 해는 바빴다. 향후 3년에 대한 연구성과계획서를 제출했고 구성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소통을 활성화했다. 또 135명의 구성원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좋은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화학연의 연구 역량과 위상을 대외에 널리 보여줬다.
올해는 화학연의 경쟁력을 분석해야 하는 연구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한다.
우선 메가트렌드와 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과학기술과 정부출연연구기관, 화학산업 정책을 분석해 핵심 아젠다를 발굴할 것이다. 연구 현장의 목소리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구원이 집중해야 할 대표 분야를 선정, 육성할 것이다.
두 번째는 인재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정규직으로 전환된 연구원들이 원에 잘 정응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세 번째는 '소통'이다. 지난 해에는 총 56번의 간담회를 열어 세대와 직급,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올해도 전직원 워크숍을 비롯해 다양한 소통, 공감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2건을 '2018년 세계적 혁신기술'로 선정했다. 그 이유는.
▲화학연이 선정한 기술은 장종산 박사팀의 '혁신적 MOF 수분흡착제 및 에너지절약형 흡착식 냉방·제습기술'과 서장원 박사팀의 '세계 선도형 고효율·고안정성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이다.
'혁신적 MOF 수분흡착제 및 에너지 절약형 흡착식 냉방·제습 기술'은 물을 이용하는 에어컨(흡착식 냉방기)에 쓰이는 흡착제다. 물 흡착용량이 크고 저온에서도 탈착·재생돼 에너지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기존 에어컨 전기료의 5% 미만으로 들 것으로 예상돼 여름철 냉방기 사용으로 인한 전기료를 대폭 줄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전지 기술'은 어떤 것인가.
▲두번째 기술인 '세계 선도형 고효율·고안정성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은 세계 최고 효율을 여러 번 경신했다. 지난 4월 16일 미국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차트에 서장원 박사팀과 MIT 모운지 바웬디 교수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24.23%(0.1㎠ 소자 기준) 인증효율을 등재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부문 세계 최고 광전변환효율이다. 이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고효율화 연구와 함께 안정성과 대면적 모듈 적용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가 이슈다. 화학연이 보유한 '대기오염물질 전환 촉매 원천기술'이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와 관련된 연구는 다른 출연연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단기연구와 장기연구로 나눠서 조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세먼지는 공장, 자동차, 선박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미세먼지와 가스 상태로 나와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로 나뉜다. 즉 대기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 미세먼지로 바뀌는 것이다.
임지선 박사팀은 보도블록과 방음벽 등 도로 시설물을 이용해 유해가스와 미세먼지를 흡착해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흡착제를 이용해 미세먼지 입자와 질소화합물, 황화합물을 제거할 수 있다.
허일정 박사팀은 화력발전이나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해롭지 않은 질소와 수증기로 배출하는 촉매기술을 개발했다. 앞으로 자동차와 선박, 발전소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적용할 계획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원인 자동차나 선박 등에 정화장치를 설치해 연료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환원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미세먼지 저감 연구가 시장성이 떨어져 민간투자가 적었다. 화학연은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국민들이 겪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힘을 기울이겠다.
―파이낸셜뉴스와 매년 공동주최하는 서울국제신약포럼이 6월 20일 개최된다. 올해 주제가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전환, 조직칩과 오가노이드'다.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최근 '조직칩'과 '오가노이드'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조직칩은 인간 장기와 생체 시스템의 복잡한 생물학적 기능을 모방해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실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말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임상시험에서 신약 후보 물질의 시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2018년부터 5년간 류마티스 관절염, 인플루엔자A바이러스 감염,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부정맥유발성 심근증 등 일반적인 증상부터 희귀질환까지, 연간 1500억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살아있는 세포와 인간 조직을 활용해 질병에 걸린 상태를 모사한 '조직 칩' 개발 프로젝트를 밝히기도 했다.
오가노이드는 인체 세포를 자라게 해서 실제 장기와 유사한 구조, 세포의 구성 및 기능을 보유한 3차원적인 생체 모사 시스템이다. 기존 체외 세포 배양 모델 시험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해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낮은 성공률과 고비용 등의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화학연은 △국제적인 동물 시험 규제에 선제적 대응 △선진국과의 기술격차 축소 △바이오 서비스 신시장 선점 △맞춤형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 △기존 동물실험과 체외모델 시험이 지니는 한계 극복의 대안으로 인간 특이적 생체 모사 플랫폼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빅데이터 등 DB구축이 신약개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화학연은 파로스 IBT와 신약개발 DB구축을 위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신약개발 연구는 전통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며, 오래 전부터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돼왔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의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100만 종 이상의 라이브러리와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약효 및 독성 스크리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이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신약개발 연구를 스타트업들과 공동으로 또는 자체적으로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신약개발 데이터 플랫폼은 사용자 친화적으로 구축될 것이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약개발 데이터 플랫폼이 국내 신약개발 연구의 효율성 및 성공률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화학연은 데이터 수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국내 제약사들은 자체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관리할 만큼의 규모가 되지 않아 한국화학연구원의 한국화합물은행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화합물은행은 61만종의 화합물에 대한 600만 건 이상의 스크리닝 데이터를 보유하게 됐다.
앞으로 한국화학연구원은 한국화합물은행 보유 데이터와 외국의 공공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통합해 국내 연구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데이터 기반 신약개발 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약효 및 독성 예측모델들이 개발되면 신약개발 시간이 단축되고, 실패율을 감소시켜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효율성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