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라이트는 정말 사토시 나카모토일까?
“시중에 쏟아지고 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소식들이 모두 사실일까? 시중의 주목을 끄는 뉴스 중에는 “정말일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뉴스도 많습니다. 블록포스트는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할 중요한 이슈들을 가려 팩트를 체크해봅니다.”
■ 비트코인SV의 수장 크레이그 라이트가 비트코인 창시자?
지난 21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에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라이트는 이미 지난달 한 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가 그를 ‘가짜 사토시’라고 비난하자 화가 난 라이트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 맞섰고, 이에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생태계를 흐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비트코인SV의 상장폐지에 나섰던 것입니다.암호화폐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된다는 것은 해당 암호화폐를 개발한 프로젝트의 경제적 근간을 흔드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할 창구(거래소)가 없고, 그렇게 되면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운영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크레이그 라이트는 비트코인SV가 상장폐지 되던 당시, 곧장 미국 저작권 사무소 (United States Copyright Office, USCO)로 가서 비트코인 백서와 오리지널 코드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지난 23일 USCO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보도자료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USCO는 해당 자료에서 “각각 2019년 4월 11일, 13일에 크레이그 스티븐 라이트가 신청한 TXu002136996(비트코인 백서)과 TX0008708058(오리지널 코드) 모두에 ‘특별취급’이 요청됐다”고 밝혔습니다.
USCO의 ‘특별취급’이란 미국 저작권 사무관행의 제 207조 및 623조에 따라 저작권 등록 신청자가 사무국에 5일 이내에 신청서를 빠르게 검토하도록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약 800달러(약 95만원)의 추가 수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USCO 측의 설명입니다.
한편 라이트의 비트코인 저작권 등록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이크 체르빈스키(Jake Chervinsky) 미국 변호사는 “미국 법에 저작권을 수여한다는 개념은 없다”며 “라이트가 저작권을 등록함으로써 얻는 혜택은 법적 손해배상과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일 뿐”이라 지적했습니다. 암호화폐 연구업체 코인센터의 제리 브리토(Jerry Brito) 역시 “저작권 등록은 단지 폼을 작성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쉽게 가라않지 않자 USCO가 직접 나섰습니다. USCO는 “저작권 등록 신청자가 직접 자신의 신청서에 대한 진실를 증명하는 식이기 때문에 사무소는 진술의 진위여부를 직접 조사하거나, 관여하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저작물이 가명으로 등록돼 있는 경우, 사무소는 신청자와 익명 작가 사이에 조건부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때문에 USCO는 다소 논란이 될만한 부정적인 저작권 신청들이 사무소에 등록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USCO의 변론은 “저작권 사무소는 특허(Patent)나 상표권(Trademark) 사무소에서 보유한 ‘등록에 대한 반대절차’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라이트가 정말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맞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2011년 당시는 비트코인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는데 한 암호화폐 크라우드 펀딩 홈페이지에서 모든 참여자 공약마다 비트코인을 투자했던 ‘고래’가 있었다. 그의 닉네임이 바로 닥터 크레이그”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최근 비트코인SV 한 개의 블록 용량이 100메가바이트(MB)를 뛰어넘었다”며 “현재 비트코인 한 개 블록 용량은 1MB 남짓”이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30일 비트코인 SV는 128MB 규모의 블록을 채굴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비트코인SV가 ‘전세계를 잇는 지급결제와 송금 실현’이라는 비트코인 탄생 이유와 부합하고, 이를 위해 계속해서 기술역량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크레이그 라이트를 사토시 나카모토로 봐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입니다.
물론 크레이그 라이트가 정말 사토시 나카모토라면 여러모로 억울한 점이 많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아직까지 모두가 인정할만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으니 답답한 것은 업계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srk@fnnews.com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