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역효과, '강남 재건축' 꿈틀…'혼조세' 심화
2019.05.27 15:34
수정 : 2019.05.27 15:34기사원문
“최근 잠실주공5단지 34평 5층이 18억6000만원에 계약이 됐습니다. 올해 1월에 급급매로 16억2000만원까지 나왔는데 연초보다 1~2억원 정도 가격이 올랐습니다.”(잠실동 J공인중개사무소)
최근 강남 재건축단지들이 꿈틀대고 있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잠실주공5단지는 9건이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 현재까지 3주만에 12건이나 계약되면서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현재 34평은 18억2000만~18억6000만원 사이에서 거래가 되고 있고 35평은 19억5000만원, 36평은 19억5000~20억5000만원 사이에서 거래가 진행 중이다. 올해 1월엔 5건, 2월엔 6건이었던 거래가 3월 봄 이사철에 17건으로 늘었다가 4월에 다시 9건으로 줄었다. 5월부터는 거래가도 연초보다 1~2억원이나 늘고 상담과 문의도 한층 많아졌다.
이처럼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인한 공급 부족 우려 때문이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3기 신도시를 발표했지만 강남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은 과천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3기 신도시 발표가 서울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역효과를 일으키면서 대기 수요의 매수 결정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전용 84㎡가 이전 실거래가 16억6000만~18억원을 넘는 19억원에 매매됐다. 이 단지 역시 짧은 시간에 2억원이 올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3기 신도시가 발표했는데도 강남 수요를 끌어갈 지역이 없으니 수요가 몰리는 것”면서 “부동 자금이 갈 곳도 없고 화폐개혁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불안감이 커져 실물투자로 다시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 9·13대책 이후 5개월 이상 집값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급매물이 일부 나왔고 급매물을 기다리던 수요들이 대거 유입된 상황에서 추가 급매물이 나오지 않자 가격대가 1~2억원 비싸더라고 구매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급매물은 6월 1일 재산세 과제 이전에 다 시장에 나온 상황에서 추가로 나올 매물이 없는 만큼 하반기가 오기 전에 매수를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하반기에도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자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가 강화돼 강남에선 신규 주택 공급이 쉽지 않다”면서 “그린벨트 해제 없이는 택지 공급도 없고, 3기 신도시도 강남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 강남 재건축 물건의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가격 상승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전히 재건축 아파트가 아닌 일반 아파트는 가격이 움직이지 않고, 일산이나 강동은 집값이 더 떨어지고 있어 상승과 하락의 혼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가격은 0.01% 떨어진 가운데 재건축 예정 아파트는 전주(0.02%)보다 상승폭이 확대돼 0.06% 올랐다. 반면 강동의 경우 0.22%나 떨어지면서 하락폭이 서울 중 제일 컸다. 오는 6월부터 입주가 이어지는 고덕지구 일대 대단지 아파트인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3658가구)의 경우 2500만~4000만원 하락했다.
함 랩장은 “본격적으로 매수세 우위로 돌아서기에는 정부 규제 수위가 높고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해 반등으로 보기엔 제한적”이라며 “재건축은 약보합, 지방은 조정, 일반 아파트는 조금 기다려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