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협력 플랫폼, 정부보다 기업들이 만들어야 효율적"
2019.05.30 17:22
수정 : 2019.05.30 17:22기사원문
"기업 간 협력을 위한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 다만 이 플랫폼을 정부보다는 시장이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기업들은 단기적 매출을 위해 스타트업과 외부용역 형태로 계약을 해서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거기에 매몰된다.
파이낸셜뉴스가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제9회 대한민국 강소기업 포럼 패널토론에 나선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포럼 주제인 '상생을 통한 선순환 혁신 생태계 활성화'에 대해 이들은 대·중소기업 간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미국, 독일, 스웨덴 등과는 다른 우리만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패널토론은 임채운 서강대 교수(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가 좌장을 맡았고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류준우 보맵 대표, 송신근 디피코 대표, 김영환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이 패널로 나섰다.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인정해야"
좌장인 임 교수는 "최근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위한 협약 등이 많지만 왜 대체로 상생은 이뤄지지 않고 있느냐"고 화두를 던지며 "전반적인 산업 경제 구조, 생태계 등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에 대해 인슈어테크기업 보맵을 운영하는 류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대표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볼 때 대기업, 중견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대기업들은 책임과 성과라는 부분에서 스타트업과 협업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많은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지원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2주 단위로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빠른 의사 결정 구조를 지녔다. 이 같은 장점을 토대로 대기업 등과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우리만 수혜를 입는 게 아닌 같이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짜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소상공인용 초소형 전기차를 선보인 송 대표는 전기차 사업을 하면서 겪은 고충을 얘기하면서 수평적인 대·중소기업 관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송 대표는 "국내 자동차 부품 회사들은 대부분 특정 대기업에만 부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중소기업에는 제품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상생이란 것은 결국 대·중소기업 간 관계를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만의 상생협력 모델 필요"
이 교수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중소기업도 아이디어, 기술 등 대기업에 제공할 게 있어야 자발적 협력과 상생이 가능하다"며 "이제는 상생협력을 법으로 강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시장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애플, 구글 등의 사례가 우리나라의 강소기업 성장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독일은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강소기업이 많은데 우리도 우리만의 상황에 맞는 법·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중소기업 승계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형 상생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정부 관계자도 동의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독일, 스웨덴 등과는 구조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해법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환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개별 상생 사례가 있는 반면 전반적인 상생협력 문제가 해결 안 되는 것은 대기업들의 세습경영 등 우리의 구조적인 특징 때문"이라며 "독일, 스웨덴 같은 경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인 반면 우리는 1차 업체, 2차 업체 임금이 다른 만큼 시혜적 상생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박소연 팀장 정명진 차장 구자윤 한영준 송주용 오은선 기자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