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적용 검토해야" VS "최저임금 노동자엔 생계문제"

      2019.06.05 16:53   수정 : 2019.06.06 11:39기사원문

"지금같은 추세라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2~3%올려도 우리에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전국편의점가맹협회 신상우 대표)"
"기업들의 꼼수 탓에 협력사 노동자들은 업무 강도만 세지고 최저임금이 오른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이마트노조 박상순 부위원장)"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주는' 소상공인간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업종별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했다.

반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산입범위 확대와 기업들의 꼼수로 인상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기 부진의 원인을 최저임금에만 전가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없이 소상공인과 노동자에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을'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노사 모두 한목소리를 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5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노・사・공익위원 21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소상공인은 2년간 급격히 오른 인건비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대표는 “최근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주휴수당 등 노동법과 관련하여 고소・고발이 일상이 됐다"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자영업자-근로자 간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특히 최저임금보다 주휴수당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휴수당은 복지성 임금으로, 국가가 일괄적으로 모든 사업자에게 강제로 부담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지불능력이 있는 자영업자를 지불능력이 없는 사업자로 만드는 제도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근재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경제 성장률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임금도 올라야 하는데 반대의 상황이 되니 균형이 맞지 않은 것"이라며 "취약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한시적으로 동결하는 등 업종별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 나타난 기업들의 꼼수와 산입범위 확대로 실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미비했다고 주장했다.

박상순 이마트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은 지켜지고 있다. 워라벨이란 이름으로 노동시간은 35시간으로 줄었지만, 업무량은 그대로다. 일이 남아도 야근하지 못하고 다음날 출근할 동료에게 일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동료에게 피해를 주기 싫으면) 수당을 받지 않고 본인이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부위원장은 "문제는 노조가 없는 협력사 직원"이라며 "현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부족한 인력은 뽑아주지 않아 인상된 효과는 보지 못하고 업무 강도만 세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동훈 한국금융안전 지부 위원장은 산입범위 확대로 정규직 재직자와 계약직 재직자의 임금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등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비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박태용씨는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의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여성노조 소속 모윤숙씨는 "많은 여성들이 10~20년간 최저임금 노동자로 근무하는데, 호봉 상승 등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 인상이 유일한 임금인상 수단"이라며 "가정을 책임지는 40~50대 여성들에게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은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5월30일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 돌입했다. 최저임금위가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공청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청회는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오는 10일과 14일 각각 광주와 대구에서 열린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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