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北강제노역 국군포로, 김정은 상대 손배소 인정될까

      2019.06.21 17:52   수정 : 2019.06.21 17:52기사원문
6.25전쟁 당시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에 동원된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당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21일 처음 열렸다.

앞서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체포돼 고문 끝에 사망한 미국인 웜비어씨의 부모는 김정은과 북한 당국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5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았다. 이에 미국 내 북한재산과 외국에 정박 중인 북한소유 선박 등이 압류된 상황이다.



변호인단은 웜비어 사례와 마찬가지로 법원에서 북한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시 국내에 있는 북한 영상·저작물 등에 대한 저작료 20억원 중 일부를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판 과정에서 강제노역 뿐만 아니라 북한에 억류돼 70년 가까이 본인과 가족들이 핍박받은 점에 대해서도 추가로 책임을 물어 청구금액이 많게는 수십억원으로 늘어날 여지도 있다.


■국군포로들, 임금 및 위자료 청구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김도현 부장판사는 이날 탈북 국군포로 노사홍(90)·한재복씨(85)가 "강제노역에 대한 미지급 임금과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김정은과 북한에게 낸 소송의 첫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지난 2016년 10월 소송을 제기한 지 약 3년 만에 열린 재판이다. 북한의 법률상 대표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다.

이들은 6.25전쟁에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전쟁 중 북한군에 사로잡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후에도 송환되지 못했다. 이후 3년 가까이 북한 내무성 건설대 1709부대 소속돼 탄광에서 채굴작업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와 한씨는 2001년과 2000년에 각각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당시 못 받은 임금과 육체·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포함해 각 1억6800여만원씩 김정은 등에 청구했다.

이번 사건의 변호인단 대표는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前 물망초 국군포로 송환위원장)이 맡았다. 또 이재원 변호사(물망초인권연구소장)와 송수현 변호사(물망초 열린학교장), 구충서 변호사(도서출판 물망초 발행인) 등이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北 국제관습법 위반..손배 책임"

이날 김 전 회장은 "북한은 노예제를 금지하는 국제관습법과 1930년 체결된 강제노동 폐지를 규정한 국제노동기구 제29호 조약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소 조례 및 당해 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승인된 국제법의 제 원칙, 즉 전쟁범죄 및 인도에 대한 죄 등에 해당한다"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충서 변호사는 "북한은 휴전협정 후 북한에 있던 약 8만3000명 국군포로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 10%에 불과한 약 8300명만 송환했다"며 "국가가 이들에 대해 지난 70여년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하고 외면해온 대단히 처절한 역사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군포로 출신 김성태씨(85)는 "6.25 전쟁 당시 전투에서 부상당한 분대장을 업고 내려오다가 파편에 맞아 포로가 됐다"며 "포로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교화소(교도소) 생활을 13년간 했다"며 당시의 암울했던 상황을 전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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