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병역기피'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 위법“..한국 땅 밟나(종합)

      2019.07.11 11:57   수정 : 2019.07.11 12:00기사원문
입대를 공언했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씨(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에 대해 우리 정부가 비자발급을 거부하며 입국을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5년 재외동포 비자 거부되자 소송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유씨는 방송 등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았고, 비난에 휩싸였다.



그러자 당시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을 근거로 유씨에 대해 입국 제한조치를 내렸다. 해당 조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할 경우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


입국이 거부된 후 중국 등지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1·2심은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문서 아닌 부친에 비자발급 거부 유선 통보는 위법
하지만 대법원은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행정절차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우리 정부가 비자발급 거부 사실을 유씨의 부친에게 전화로 알린 것은 '행정처분은 문서로 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는 2015년 유씨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처분결과를 통보하고 그 무렵 여권과 사증발급 신청서를 반환했을 뿐 유씨에게 처분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 주지는 않았다”고 지작했다. 이어 “이런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문서에 의한 처분 방식의 예외가 인정되는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병역기피로) 유씨는 충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지만 입국금지결정이나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한지는 실정법과 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며 "대법원은 입법자가 정한 입국금지결정의 법적 한계, 사증발급 거부처분과 같은 불이익처분에 있어 적용해야 할 비례의 원칙 등을 근거로 재외동포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종전 하급심 판단을 뒤집을 경우 유씨의 입국 길은 열릴 전망이다.
유씨는 2002년 1월 출국 뒤 이듬해 예비 장인상 때 3일간 일시귀국한 것을 제외하면 17년 6개월 동안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