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 日 실무단 첫만남, 악수도 인사도 없었다
2019.07.12 18:00
수정 : 2019.07.12 20:36기사원문
【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김경민 기자】 일본 수출규제 이후 한·일 양국이 12일 첫 만남을 가졌다. 양국이 예상보다 긴 시간 동안 의견을 나누면서 오후 2시에 시작한 협의는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됐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이날 일본 도쿄 지요다구 경제산업성 별관에서 처음 만난 한·일 양측의 분위기는 시작부터 무겁고 냉랭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은 이날 오전 도쿄로 날아온 우리 측 산업통상자원부 전찬수 무역안보과장,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회의장에 도착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정면을 응시했다. 양측은 한·일 양국 취재진에 공개되는 모두 부분에서 악수도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일본 측 이와마쓰 준 무역관리과장 자리 앞엔 인덱스 표시가 촘촘히 돼 있는 법령집으로 추정되는 두꺼운 책자와 서류 뭉치 4개가 올려져 있었다. 회의가 이뤄진 장소부터 의도적 '푸대접'의 흔적이 엿보였다.
회의장 한쪽에는 간이의자와 이동형 테이블도 쌓여 있었다. 바닥 곳곳엔 기자재 파손 흔적들이 방치돼 있었다. 일본 측 주장대로 이번 만남이 협의가 아닌 설명회라고 해도 양국 정부 담당자들이 만나서 민감한 사안을 논의하기에 어울리는 공간은 아니었다.
일본은 A4용지 2장 크기로 된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글귀를 회의 테이블 앞 화이트보드에 붙였다. 우리 정부는 이번 만남을 일종의 '협의'로 보고 있으나 일본은 '경위 설명'이 이뤄지는 '설명회'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실무회의에 대해 "사실확인을 위한 목적으로, 한국 측과 협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초 우리 측은 국장급 협의를 원했지만 일본 측은 과장급 만남으로 격을 낮췄다. 대표단 규모도 전날 일본이 갑작스럽게 요구해 각 5명에서 2명으로 대폭 줄었다. 정부는 국장급 논의 확대를 기대하고 있으나 일본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수출관리당국이 이번 운용 재검토(수출규제)에 대해 사실확인을 요구해 사무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수출규제에 우려를 전달한 데 대해 "코멘트는 삼가겠지만, 이번 운용 재검토는 안보를 목적으로 수출관리를 적절히 실시하는 관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며 "비판은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NHK는 이날 회담과 관련, "한국 측이 이번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설명 및 철회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사안이 양국 간 협의 대상이 아니며 철회하지 않기로 해 논의는 평행선을 그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편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양자협의를 시작으로 보다 격상된 국장급 논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