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부실수사 논란…경찰, 현장보존·압수수색 미흡 인정
2019.07.21 20:46
수정 : 2019.07.21 20:47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경찰이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해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을 둘러싼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 현장보존과 압수수색이 미흡했다는 점검 결과를 내놨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연욱 강력계장을 팀장으로 하는 진상조사팀은 지난 2일부터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여성청소년과·감식과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 최근 수사국에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 결과, 진상조사팀은 우선 범행 장소인 펜션 현장 보존에 대해 사전 직후 내부 청소로 인해 증거가 사라지거나 수사에 차질을 빚지는 않았으나, 중요한 단서가 남아있을 수 있는 사건 현장 보존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또 충북 청주에 있는 고유정 주거지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약 봉지 등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약봉지는 고유정의 현 남편이 찾아 경찰에 건네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이미 주요 범행도구를 발견하고 고유정의 자백까지 받아낸 상황에서 주거지를 샅샅이 수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팀은 그러나 사건 발생 장소 인근 폐쇄회로(CC)TV 확보를 일찍 못한 점은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당시 강력범죄의 정황이 없는 상황에서 실종자 수색에 집중한 것은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신고 사흘째인 29일에서야 피해자 남동생의 요청으로 펜션 인근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고 고유정의 수상한 거동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좀 더 일찍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더라면, 시신이 유기되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도 있었다며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청은 진상조사팀 보고서를 토대로 기능별 의견수렴과 법률적인 검토를 한 후 문제점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고유정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오는 23일로 예정된 가운데 피해자 시신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범행 직후 고유정의 동선인 제주·김포·인천 등지에서 발견된 뼈 추정 물체는 모두 동물뼈인 것으로 판명됐다. 고유정은 지난 5월25일 제주시 조천읍의 모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후 사체를 훼손하고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 하고 지난 1일 고유정을 재판에 넘겼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