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장소에 끌리는 뇌세포 작용 밝혔다

      2019.07.30 23:59   수정 : 2019.07.30 23:59기사원문



특정 장소를 선호하게 되는 뇌의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인지 교세포과학 그룹 이창준 연구단장 연구팀은 경북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행복감을 유발하는 화합물인 오피오이드가 뇌의 별세포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을 형성함을 규명했다.

별세포(astrocyte)는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신경세포의 기능이 잘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다양한 기능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장소에 대한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해마에 위치한 별세포에 뮤-오피오이드수용체가 존재함을 밝힌 바 있다.
엔돌핀, 모르핀, 담고 등 오피오이드가 이 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

이번 연구에서는 오피오이드가 뇌 해마 별세포 뮤-오피오이드수용체에 결합함으로써 행복한 경험을 했던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우선 연구진은 오피오이드로 인한 특정 장소 선호를 확인하기 위해 동물행동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2개의 방을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쥐가 2개의 방 중 어느 방을 더 선호하는 지를 파악한 뒤, 선호하지 않는 방에 있을 때 해마 별세포 뮤-오피오이드수용체에 결합하는 모르핀을 주사했다. 이후 쥐의 행동을 다시 관찰한 결과, 선호하지 않던 방을 더 선호하게 되었음을 확인했다. 해마 별세포 뮤-오피오이드수용체가 장소에 대한 선호 기억 형성에 관여한다는 의미이다.

추가적으로 연구진은 해마 별세포 뮤-오피오이드수용체의 발현을 조절했다. 이를 통해 뮤-오피오이드수용체가 해마 별세포로부터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분비를 촉진하며 해마 시냅스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을 강화시키고, 이는 장기강화(LTP)로 이어져 특정 장소를 선호하게 함을 밝혔다.

남민호 KIST 신경과학연구단 연구원은 “뇌에서 베타-엔돌핀 호르몬이 분비되거나 강력한 마약성 진통체인 모르핀을 투약하는 경우, 행복한 감정을 느낌과 동시에 장소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여 특정 장소 선호 기억을 형성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창준 단장은 “공포나 회피와 같은 감정과 달리 행복과 선호를 유발하는 뇌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행복한 감정과 좋아하는 감정뿐만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이 생기는 이유를 알아가는 데까지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뇌과학분야에서 선호 현상에 대한 연구는 중독과 관련된 연구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이창준 단장은“뮤-오피오이드수용체가 모르핀 중독과 관련되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중독의 심층적인 기전을 규명하고 궁극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셀 리포트(Cell Reports, IF 7.815) 7월 31일 0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용어설명
*오피오이드(Opioid): 오피오이드수용체에 결합하는 화합물. Opium(아편) 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대표적인 오피오이드로는 행복감을 유발하는 신경호르몬인 엔돌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합성 오피오이드인 담고(DAMGO) 등이 있다.

*뮤-오피오이드수용체(MOR, mu-opioid receptor): 오피오이드가 결합하는 오피오이드수용체는 대표적으로 3종류(μ,κ,δ)이다. 각 오피오이드수용체는 첫 번째로 결합한 오피오이드의 첫 글자를 따서 명명되었다.
뮤(μ)-오피오이드수용체는 첫 번째로 결합한 오피오이드인 모르핀(morphin)의 첫 글자 m에 상응하는 그리스어 μ로 명명되었다. 뮤(μ)-오피오이드수용체는 뇌에 존재하며, 체내에서 생성되는 베타-엔돌핀, 엔케팔린이 잘 결합하는 수용체이다.


*장기강화(LTP, Long-term potentiation): 시냅스를 이루는 두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이 지속적으로 증강되는 것을 의미하며, 학습과 기억의 주요한 세포학적 기전으로 생각된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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