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량 5위 한국, 신규 투자자 보호대책은 무방비

      2019.08.04 18:21   수정 : 2019.08.04 18:21기사원문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기준 상위 5위권인 한국에서 투자자가 본인명의로 개설된 은행계좌를 이용해 원화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살 수 있는 거래소는 업비트, 코인원, 빗썸 뿐이다. 업계 추산으로 약 200여 개에 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중 대다수는 자체 법인계좌(벌집계좌)로 투자자의 돈을 받아 원화 거래를 지원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보상 등 대책을 요구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여전한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 국내 거래소들이 잇따라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거래를 연장하고 있지만, 신규 투자자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막막한 실정이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여전히 보호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업비트, 실명계좌 운영 또 '불발'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코인원, 빗썸, 코빗 등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잇따라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운영 계약 연장에 나섰다. 2018년 1월부터 평균 6개월 단위로 각각 시중은행 한 곳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서비스 계약을 6개월마다 갱신하도록 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코인원과 빗썸은 최근 농협의 실사점검 항목인 △이용자 본인확인절차 및 인증방법 △이상거래 탐지 및 제어 프로세스 △사고예방 방지대책 △이용자보호 및 개인정보보보호 내부통제방안 △콜드월렛(암호화폐 거래소와 물리적으로 완전 분리된 지갑) 운영 등 총 9개 항목에 대해 모두 적정 의견을 받아 내년 1월 말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업비트 역시 IBK기업은행과 실명계좌 운영 관련 재계약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신규 가입자에 대해 실명계좌 기반 원화거래를 지원하는 계약은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코빗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신고가 접수된 이후 신한은행으로부터 입금 정지 조치를 받아 원화거래가 묶여 있는 상태다.

■"은행-거래소, 공조 모색해야"

이에 따라 내년 1월 말까지 국내에서 신규 투자자가 원화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곳은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를 운영하고 있는 코인원과 빗썸 뿐이다.

업계에서는 "한국내 수많은 투자자들이 벌집계좌를 이용한 투자로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결국 정부가 은행에 대한 행정지도로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간접 규제하면서 투자자들을 사기피해 등 제도가 보호하지 않는 위험지대에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여러 암호화폐 거래소와 원화 입·출금을 1:1로 연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최근 FATF 권고대로 암호화폐 거래 부분의 KYC·AML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조언이 확산되고 있다.


복수의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중은행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열어주는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보다 규제 불확실성 등 잠재적 위험이 더 부담스러운 상태인 것 같다"며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이 FATF 규제 권고안을 따르기로 한 만큼, 은행권과 암호화폐 거래소가 함께 KYC·AML 준수 방안 등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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