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냉각기 갖고 물밑협상 나서길
2019.08.08 17:47
수정 : 2019.08.08 17:47기사원문
한국도 맞대응을 자제했다. 당초 8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선 일본을 한국판 화이트리스트(가지역)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보류했다. 이낙연 총리는 같은 날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일본이 어제(7일) 3대 수출규제 품목의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 확인했다.
우리 정부의 인내심을 높이 평가한다. 지금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현 수준에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긴급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일본의 무역보복은)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아베 총리는 무모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자유무역의 챔피언인 양 행세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경제보복을 일삼는 보호무역 국가라는 게 드러났다. 이낙연 총리가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공격은 세계지도국가답지 않은 부당한 처사"라며 "자유무역의 최대수혜국으로서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한 것은 타당하다.
한·일 관계에선 완승도 완패도 있을 수 없다. 앞으로 양국은 냉각기를 가지면서 타협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민 감정을 고려할 때 공개적인 협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부 여론을 의식하면 자연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달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경화 장관과 고노 다로 외상은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보다는 특사든 밀사든 물밑 협상을 통해 타협안을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 고동진 삼성전자 모바일부문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 "서너달은 준비되어 있지만 이를 넘어서 지속되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말이다. 기업은 당장 소재·부품 조달이 급하다. 길게는 몇년이 걸릴지 모를 국산화는 중장기 과제다. 정부가 그 고충을 헤아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