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소재·부품 국산화' 생태계 조성 나선다
2019.08.15 16:19
수정 : 2019.08.15 16:19기사원문
일부에선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대기업들의 높은 일본기업 의존도가 이번 사태의 한 원인이라는 책임론을 제기하며 삼성전자의 소재 직접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자·정보기술(IT)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핵심 주체로서 소재 직접개발에 뛰어들 경우 국제 분업구조 붕괴와 신뢰도 추락 등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4일부터 시행된 일본의 3대 핵심 소재·부품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40여일이 지났지만 대상품목의 직접개발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이 안보상 목적을 내세워 포괄 수출허가대상에서 개별 수출허가대상으로 강화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는 삼성전자가 일본 공급사로부터 대부분 수입 중인 민감한 품목들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일본 제재조치 이후 화성 반도체사업장 등에서 국내외 기업의 소재를 대상으로 대체재 테스트를 진행 중인 건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일본산을 대신해) 양산단계에 적용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에칭가스 등의 직접개발 가능성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소재·부품 육성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국산화를 돕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학계와 업계 일부에서는 일본의 수출제재 조치가 경제보복을 떠나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산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제재품목들의 직접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왔다. 특히 일본이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양산용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학과 한 교수는 "이번 조치가 정치적 갈등에서 기인했지만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노린 측면도 있다"며 "삼성전자의 막강한 자본력과 제조력이라면 빠르면 1년 안에 양산 수준의 에칭가스와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할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의 지위를 감안하면 소재·부품 분야에 직접 뛰어드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각각 40.6%, 34.1%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980년대 초반 D램 반도체 첫 국산화를 시작으로 30여년간 지켜온 국제 공급망 체계가 있다"며 "소재·부품은 일본, 대만, 유럽 등 해외에서 조달하고 중간재인 반도체를 제조해 글로벌 TV, 가전, 휴대폰 고객사들에 납품하는 구조가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삼성전자가 소재·부품 영역까지 진입할 경우 일본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사들의 반발은 엄청날 것"이라며 "누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기업과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는 반도체협회를 통해 지원 중"이라며 "중소기업이나 협력사의 소재나 부품을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테스트하거나 연구개발(R&D)을 돕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