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흉물 빈집 리모델링… 청년 창업공간·임대주택으로

      2019.08.21 18:11   수정 : 2019.08.21 18:11기사원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한 달 만에 삼양동 옥탑방 생할을 마치고 "강북에 우선 투자하겠다"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강북은 일자리를 비롯해 생활 인프라의 부족으로 인구 유입이 지속해서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박 시장은 한 달간 고민의 결과물로 '청년층'을 강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싼 주거비에도 어쩔 수 없이 강남으로 몰려가는 젊은 층을 강북으로 분산·유인해 노후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문제는 일자리, 교육, 주거환경 등 모든 면에서 강남보다 열악한 강북지역에 청년들을 유입할 적절한 청사진이 있느냐는 점이다.


빈집에서 해답을 찾았다. 강북 곳곳에 널려 있는 빈집을 '청년 중심 창업공간'과 '청년 공공임대 주택' 등으로 활용하는 '빈집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박원순 표 정책실험'… 빈집 재생

'빈집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현장에서 해답을 찾는다는 전형적인 박원순식 정책이다. 삼양동 주변에서 직접 본 빈집들과 취업난·주거비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청년층을 연결한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다. 서울시 도시재생실은 빈집 방치로 인해 생활안전 위해, 도시미관 저해, 주거환경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후 저층 주거지가 생활환경 슬럼화를 촉진하고, 이는 도시재생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시는 우선 2022년까지 빈집 1000호를 사들이고, 임대주택 4000호를 공급하겠다는 빈집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서울시 도시재생실 관계자는 "장기방치된 빈집을 시가 매입 후 리모델링·신축해 청년·신혼부부 주택이나 지역에 필요한 주민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삼양동에서 빈집을 활용한 청년거점공간 1채, 청년 주택 2채의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데 이어, 시가 매입한 빈집을 민간사업자가 활용해 사회주택으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7월까지 시는 성북·종로·강북·서대문·은평 8개소의 빈집을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사회주택으로 공급하기 위한 민간사업자 모집을 마쳤다. 서울시가 출자하고 SH공사가 빈집 부지를 매입하면 이를 민간사업자가 빌려 집을 짓고 임대하는 방식이다. 민간사업자로 참여하는 사회적 경제 주체는 주거 취약계층에게 최장 10년간 시세의 80% 이하로 집을 공급하고, 사업종료 이후(30년 이후)에는 매입 시점 건물 건설 원가로 SH에서 다시 사들이는 구조다.

남정현 서울시 주거환경개선과장은 "이 사업은 주거복지 강화 및 커뮤니티시설 공급을 통한 지역 활성화와 방치된 빈집을 정비하는 도시재생이 결합한 것으로 공공성이 한 단계 더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내 첫선 보이는 빈집 재생

서울시는 현재 마중물 사업으로 삼양동에서 진행 중인 빈집 재생의 첫 작품을 연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시는 작년 하반기 삼양동 11채, 옥인동 2채, 길음동 1채 등 시범사업을 위한 빈집을 매입했다. 이중 강북구 삼양동 소재 빈집 3채에 대한 재생사업을 청년 주택과 청년 거점시설로 연내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1채는 창업 청년들을 위한 '청년 거점 공간'으로 바꾸고, 2채는 청년들을 위한 공유주택으로 재탄생된다.

민간사업자 공모를 끝마친 8개소 사회주택 사업은 내년에 착공 예정이다. 선정된 4개 업체는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만들기(성북구 정릉동·종로구 창신동) △마을과 집(성북구 동소문동7가·은평구 갈현동) △민달팽이(서대문구 연희동·강북구 미아동) △한솔아이키움(종로구 부암동·강북구 미아동) 등이다.
선정된 업체는 건축 행정절차 등 준비과정을 거친 후 내년에 착공에 들어간다. 시는 올해 하반기에도 사회주택 공급 사업자 공모를 추진할 계획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빈집정비와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라며 "하반기 공모에도 많은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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