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설정 안바꾼 IP카메라만 찾아 무단접속… 法 "정보통신망 침해 등 유죄"

      2019.09.01 18:20   수정 : 2019.09.01 18:20기사원문
별다른 직업이 없던 30대 남성 A씨(32)는 지난해 3월 뉴스를 보던 중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터넷(IP)카메라를 손쉽게 해킹해 훔쳐본 사람이 검거됐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호기심이 생긴 A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IP카메라 해킹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IP카메라 해킹… 모방범죄 늘어

1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IP카메라의 IP주소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파악했다.

또 IP카메라의 IP주소와 아이디, 비밀번호를 미리 입력해두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해당 IP카메라의 장면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다만, 해킹이 가능한 조건으로는 IP카메라 초기설정 아이디와 비번이 그대로인 경우에 한해서 였다.


A씨는 일일히 검색해 아이디와 비번이 그대로여서 실행이 되는지를 확인, 실행이 될 경우 타인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접근권한이 없는 IP카메라 총 150대를 162회 걸쳐 접속했다. 이 접속 횟수 중 4회는 여성이 집안에서 옷을 벗고 있는 등의 장면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쉽게 접속이 가능하다 보니 경각심없이 모방범죄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50대 남성 B씨(52)도 접근권한이 없는 IP카메라 70대를 해킹해 엿본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법원은 이들 사건에 대해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접근권한이 없는 IP카메라에 접속해 영상을 훔쳐보았지만, 이를 유포하지 않은 점이 감안된 선고였다.

A씨의 사건을 판결한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박준민 부장판사)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되며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안된다"면서 IP카메라에 무단 접속해 영상을 시청한 혐의(정보통신망 침해 등)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B씨의 사건을 판결한 인천지법 형사8단독(심현주 부장판사)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과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 "영상정보를 타인에게 유포하지 않았고, 1996년 벌금 30만원 처벌을 받은 것 외에는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보안 사각' 간단 조치로 예방

반려동물이나 아이가 있는 집 등을 중심으로 IP카메라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보안업계 전문가는 초기 비밀번호를 변경해 사용할 경우 이 같은 해킹은 방지할 수 있다며 반드시 초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변경해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IP카메라의 경우 관리자 페이지 등에서 초기 비밀번호를 변경하면 보안에 도움이 된다"고 조연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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