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검사와의 대화' 조국에 “유승준이 국민에게 군대 가라는 격”
2019.09.20 15:01
수정 : 2019.09.20 15: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현직 검사가 조 장관 가족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 빗대어 20일 개최된 ‘검사와의 대화’의 시기를 문제 삼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56·사법연수원 17기)는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신임 장관이나 총장이 전국 청을 두루 돌면서 검찰 구성원들과 대화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왜 그걸 하필 '지금' 하느냐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이날 의정부지검을 찾아 일선 검사들과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임 검사는 "장관이나 총장의 일선 청 순시 시 참석자들은 웬만하면 입을 잘 안 연다"며 "그래서 참다못한 장관, 총장이 준비해 놓은 말씀자료를 들고서 발언자를 몇 명 지목하면서 말 좀 해 보라고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번에 질의응답이 사전 준비된 것이 과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장관이 업무 파악을 못 했기 때문인지, 혹은 의도된 방향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검사와의 대화’ 명칭도 비판했다. 임 검사는 "누구나 2003년 3월9일에 있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사 10인 간의 생방송 텔레비전 토론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며 "생방송으로 이뤄졌던 그 토론회의 경기장만큼은 공정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정부지검에서 열리는 일선 청 검사 면담이 과연 '검사와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일시·장소·참석자·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걸 뭐하러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의 정책들은 자신을 겨냥한 칼날을 무디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라는 일반적 의심까지 더해 보면 오늘의 저 퍼포먼스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심히 의구스럽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임 검사는 병역 기피 논란을 일으킨 가수 유승준씨에 빗대며 "신임 장관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마치 유승준이 국민들을 상대로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모습 같다"며 "제발 스스로를 뒤돌아보고, 올바른 선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서 임 검사는 지난 4일 조 장관이 후보자였을 때 "법무부 장관이라는 공직부터 탐하지 말고 자연인 입장에서 검찰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스스로 물러나 자신과 가족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