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복합쇼핑몰 규제는 시대착오다
2019.09.24 17:21
수정 : 2019.09.24 17:21기사원문
대한상의 보고서는 최근 심각한 영업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대형마트들의 경영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는 지난 2·4분기 300억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3년 창사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도 34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베트남 등 해외사업을 제외한 국내 부문만 놓고 보면 롯데마트의 적자 폭은 500억원대로 더 늘어난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온라인·모바일 쇼핑 증가 등 유통업 생태계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에 사용한 금액은 일평균 2464억원으로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쇼핑에서 사용한 종합소매액(2203억원)을 넘어섰다. 온라인 구매가 오프라인 구매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다보니 업계에선 '이마트보다 쿠팡'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영업부진으로 휘청거리는 유통기업들을 더욱 옥죄는 규제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강력한 규제로 성장세가 한풀 꺾인 유통기업들이 복합쇼핑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하자 이마저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효과가 의문시되는 출점제한과 강제휴무 등 과거 대형마트를 얽어맸던 규제를 풀어도 모자랄 판에 이를 복합쇼핑몰로 확대하겠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결국 소비자다. 대형마트 출점제한 및 강제휴무 등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마당에 또 다른 '대못'을 박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