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자연석 채취 논란
2019.10.10 17:16
수정 : 2019.10.10 18:19기사원문
【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인공정원 조성 목적으로 천혜의 자연경관인 울산시 동구 일산동 대왕암공원에서 대형 바위를 캐내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울산시에 따르면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인 태화강 국가정원 내에 상징정원(인공정원)을 조성 중인 울산시 동구청이 조경석으로 쓰기 위해 대왕암 주변 해안가에서 자연석 3개를 채취한 것은 지난 8일이다.
중장비까지 동원해 캐낸 이 자연석의 크기는 각각 높이 1.5m에 가로 1.2m, 세로 1m 정도의 바위들이다.
동구는 인공정원을 꾸미기 위해 바위 외에도 대왕암공원 일원에 자생하는 돈나무, 해당화, 하늘나리 등의 화초까지 옮겨 심을 계획이다.
울산 12경의 하나인 대왕암은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수중바위와 함께 신라 문무대왕 수중릉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일설에는 문무대왕비의 수중릉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기암괴석과 아름드리 곰솔로 어우러진 해안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천혜의 절경이며, 울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위를 채취한 곳은 대왕암과 이어진 몽돌해안가로, 경관 훼손을 막기 위해 몽돌의 외부반출이 엄격히 금지돼 있는 곳이다.
이에 대해 동구는 "관련법에 따라 허가를 받아 적법하게 채취 및 운반됐으며, 동구 상징정원 조성을 위해 (사)울산조경협회와 정원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조성 계획과 설계를 마쳤다."고 해명했다.
동구 관계자는 오히려 "바위들은 동구의 3개 권역인 대왕암, 꽃바위, 주전을 상징하는 것으로 상징정원이 조성되면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동구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바위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천모(53)씨는 "일반인은 가정집 화분에 놓을 몽돌 몇 알도 그냥 들고나가면 처벌을 받는데, 관이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자연경관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대왕암공원 일원은 앞으로 대형리조트 건설과 해상케이블카 등이 추진돼 훼손이 우려되는 곳"이라며 "이번처럼 전례를 남기게 되면 보호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