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왔어요" 돈가스집 인기 여전한 포방터시장 가보니..

      2019.10.31 10:27   수정 : 2019.11.01 14:19기사원문

“군대 간 아들이 오늘 휴가를 나와요. 돈가스를 좋아해서 이 곳 돈가스를 한 번 맛보게 하고 싶어 오게 됐어요”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박순천씨)
“연차 내고 어젯밤 서울에 왔어요. 전날부터 줄서야만 포방터시장 돈가스를 먹을 수 있다길래 새벽 2시에 이 곳에 왔어요. 그런데 와보니 제가 1등이네요” (충북에 사는 A씨)
지난 10월 중순 찾은 포방터시장 돈가스집 ‘연돈’의 인기는 여전했다. 돈가스를 먹겠다고 새벽부터 전국 곳곳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평일 아침 9시에도 가게 옆 대기의자는 만석이었다. 홍탁집으로 유명한 ‘어머니와 아들’과 ‘부라더 쭈꾸미’, ‘포방식당’ 등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가게들도 성업 중이었다.

다만 살아난 시장 상권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인 듯 했다.


■방송 후 매출 급증한 곳 있지만 평가 엇갈려
골목 상권 살리기라는 방송 취지에 맞게 포방터시장은 전보다 유동인구가 늘면서 상권이 어느 정도 살아났다는 것이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포방터 시장에는 방송에 출연한 4곳 외에도 80여개 가게가 상권을 이루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 곱창집 사장 오지열씨는 “요즘 돼지열병 문제로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방송 이전 대비 손님이 3배 정도 늘었다고 보면 된다”며 “요즘은 방송 제작진과 연락하지 않지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님께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꽈배기집을 하는 안나영씨는 “방송이 정말 큰 힘이 되면서 매출액이 최소 20~30% 올랐다”며 “유동 인구가 많아지니 장사가 잘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영주씨도 “방송 이후 꾸준하게는 아니지만 매출액이 많이 늘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방송 효과가 초창기에만 반짝하고 사라졌다는 상인들도 있었다. 분식집을 하는 김나영씨(가명)는 “방송 나간 직후에는 손님이 많이 와서 방송에 출연한 가게 말고도 다른 곳에서 이것저것 사먹었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흘러 손님이 예전만큼 오진 않는다”고 했다.

방송이 상권 전체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음식점 사장 이연주씨(가명)는 “이 곳에 온 외부 사람들은 대부분 방송에 나온 식당을 들르기 위해 온 것”이라며 “시장에서 간단한 분식이나 간식은 사먹어도 다른 음식점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푸념했다.


■대기실·주차장 문제 여전.. “근본적 대책 필요”
방송에서 거론된 대기실과 주차장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돈가스집은 새벽부터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에 대한 주민 민원이 생기면서 인터넷 예약을 고려하다 손님 대기실을 마련했음에도 민원이 끊이지 않아 대기실을 없앴다. 주차장의 경우 구청에서 건물 하나를 허물고 주차 공간을 늘리기로 했으나 아직 공사도 시작하지 않았다.

포방터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상인회가 이런 문제를 등한시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곱창집 사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방송에 나온 곱창집 외 대기실을 같이 만들었던 세 가게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골목식당 작가진과 사전에 연락한 언론하고만 인터뷰한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약속한 대로 헬스장을 다녀온 ‘어머니와아들’ 사장에게 방송 제작진과 접촉할 법을 문의했으나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 와중에 돈가스집은 가게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가스집이 포방터시장을 옮긴다면 살아났던 이 곳 상권이 다시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


포방터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이 계속 살아남으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중소벤처기업부, 지자체가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중기부, 구청 같은 곳에서 시장 살린다고 간판도 새로 달고 그늘막도 설치했는데 보여주기식 행정만 하는 것 같다. 이후 효과는 안 살피는 것 같다”며 “방송에 안 나왔지만 포방터시장에는 시장 전용 화장실이 남녀공용 하나 뿐이다. 상인들이나 방문객 모두 인근 교회 화장실을 자주 이용하는데 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포방터시장이 방송에 나왔음에도 이 곳 상인들 대부분은 소득이 줄고 있다. 월세가 전혀 안 오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방송 이후 유동인구가 많아진 만큼 이를 유지하려면 외부인이 좋아할 만한 요인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가 이 곳 상권을 파악하고 어떤 점을 개선할지 알려주는 형태의 서비스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이용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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