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승준, 오랫동안 국민적 질타 받아..기간 없는 입국금지는 가혹"(종합)
2019.11.15 16:56
수정 : 2019.11.16 01: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군 입대를 공언했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가수 유승준씨(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에게 한국 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는 파기환송심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수십 년간 전 국민적인 질타를 받아온 유씨에 대해 기한 없는 입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가혹한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는 15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 "사증발급 거부처분, 절차적 위법"
법원은 LA 총영사관의 처분에 대해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외교부 및 법무부가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할 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기까지 과정을 기억하는 국민이 많은 가운데 그가 사증을 발급받아 국내에서 가수활동 등으로 경제적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 국민의 건전한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공정한 병역의무 부담에 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될 것”이라며 “향후 비슷한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면하려는 풍조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반면에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유씨에 대해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가혹해 보인다”며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과정과 태도에 관해 이미 많은 국민으로부터 오랫동안 질타와 비난을 받아 나름대로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입국관리법에서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5년간 입국금지 제한을 두고 있으며, 재외동포법상 남자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국적을 이탈·상실했을 경우도 41세가 된 때에는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점 등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입국금지결정에 실체적 위법이 있는지 여부와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어떠한 처분을 내려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이 판결에서는 논외로 하고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와 같은 유명연예인으로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병역의무가 소멸했다가 재외동포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다른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LA 총영사관의 처분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문서로 해야 하며, 전문문서로 하는 경우 당사자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할 때에는 말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뒀다.
재판부는 “LA 총영사관은 2015년 9월 유씨의 아버지에게 전화로 처분결과를 통보하고, 여권과 사증발급 신청서를 발급했을 뿐 유씨에게 처분이유를 기재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서를 작성해주지 않았다”며 “유씨의 사증발급 신청에 대해 LA 총영사관이 6일 만에 한 거부처분이 예외 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유승준 측 "병무청·법무부, 판결 취지 고려해 달라"
유씨 측 법률대리인은 판결 직후 “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존중하고 감사드린다”며 “향후 진행방향은 유씨와 협의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무청이나 법무부에서 판결 취지를 최대한 고려해주길 바란다”며 “그 부분은 상고심 여부나 추후 재처분 할 때 어떻게 결정할지 사안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외교부는 “대법원에 재상고해 최종적인 판결을 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유씨는 방송 등에서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2002년 1월 미국 시민권을 얻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았고 결국 비난에 휩싸였다.
그러자 당시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을 근거로 유씨에 대해 입국 제한조치를 내렸다. 해당 조항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할 경우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
입국이 거부된 후 중국 등지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던 유씨는 2015년 9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되자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로 유씨의 입국 길이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LA 총영사관 측이 이번 판결에 불복할 경우 유씨는 대법원의 재상고심 판단을 받아야 한다. 대법원에서 처분 취소가 확정되더라도 LA 총영사관이 재외동포법상 대한민국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외교관계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이유로 비자발급을 거부할 여지가 있다.
한편, 유씨는 2002년 1월 출국 뒤 이듬해 예비 장인상 때 3일간 일시 귀국한 것을 제외하면 17년 넘게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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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