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소통·생활하며 20년묵은 갈등 해결"

      2019.12.08 16:41   수정 : 2019.12.08 17:39기사원문
【 인천=한갑수 기자】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무작정 짐 싸들고 찾아갔습니다."

이종우 인천시 시민정책담당관(42·4급·사진)은 인천의 대표적 갈등 사례로 20여년을 끌고 있는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간 연결도로' 문제 해결을 위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을로 들어갔다. 이 도로는 인천항 수출입 물동량의 원활한 운송 등을 위해 추진된 2.92㎞ 도로로 1999년 실시계획인가 고시됐으나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부 개통되고 일부(쇠뿔배다리 구간)는 개통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도로 개설로 인한 쇠뿔∼배다리 마을 간 단절, 지역 교통난 가중·위험, 소음매연분진 등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이유로 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 담당관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초 동장의 소개로 쇠뿔마을의 한 독거할머니 댁에 방 한 칸을 얻었다.


이 담당관은 "처음 느낀 것은 20년간 쌓여온 공무원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대화 거부였다. 어떠한 말을 해도 '거짓말' '사탕발림' '네가 이곳을 얼마나 알아?' 하며 외면했다"고 털어놨다. 어렵게 마련된 술자리에서 한 주민은 이 담당관의 얼굴에 막걸리를 퍼붓기도 했다. 출근길에는 주민 6∼7명이 매일 나와 이곳에서 진짜 잠을 잤는지 확인했다.

이 담당관은 집주인 할머니와 아침밥을 같이 먹고, 멈춘 시계의 배터리를 갈고, 비 새는 지붕에 방수포를 손보고 저녁엔 평상에서 아들, 며느리, 사위 얘기를 들어주고 텃밭 일을 도와주며 지냈다. 5∼6일쯤 지났을 때 주민대표가 찾아와 마을회의에서 10분을 줄 테니 할 말 있으면 얘기해 보라는 것이었다. 이 담당관은 대학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기뻤다. 그는 "10분간 인천시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설명했고 주민들이 왜 인천시를 싫어하는지 밤새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관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주민들이 사업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주민들은 도로가 지상으로 나고, 시가 돈이 없어서 공사를 못하고 있다고 오해했다. 이 지역에 사업주체가 다른 5개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예전에 다양한 기관에서 찾아와 주민들을 설득했다. 같은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오는 사람마다 하는 얘기가 모두 달라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몰랐다.

이 담당관은 도로는 지하로 뚫고, 상부에는 공원이든 전시관이든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정해주면 시는 그대로 따를 계획이라는 설명을 했다. 이 담당관의 설명에 주민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관련 기관을 다 데리고 오면 얘기하겠다고 협상 여지를 뒀다. 며칠 뒤 관련 시 도로과·주거재생과, 동구청, 인천도시공사 담당자들이 모두 참석해 공동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인천시와 쇠뿔마을·배다리 주민대표들은 여러 차례 민관협의체 회의를 진행한 끝에 8월 중순 3구간 지하도로 건설에 최종 합의했다.
이 담당관은 쇠뿔마을에 들어간 지 2주일 만에 주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돌아왔다. 이 담당관은 "처음에는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주민들이 왜 반대하는지 알게 됐다.
설득하러 들어갔다가 오히려 제가 설득 당했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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