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복귀하는 이낙연 "더디더라도 성장·포용 함께 가야"
2019.12.20 10:00
수정 : 2019.12.20 17:46기사원문
이낙연 국무총리는 "성장과 포용이 동시에 중요하다. 페달을 밟아야 쓰러지지 않는 자전거타기 처럼 속도가 더뎌지더라도 (포용과) 성장은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0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 총리는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로 2년7개월 최장기간 재임을 기록하며 퇴임한다. 후임 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명됐다.
이 총리는 성장과 포용은 지속해야 하고,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포용이 없으면 공동체도 경제체제도 지속하기 어렵다. 그래서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성장은 격차를 키우고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일이 더 빈번해지는 경제체제가 될 것이다. 그때 승자 편에 서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경쟁에서 밀린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통에 빠지지 않도록 바탕을 지탱해주는 역할, 그것이 포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국가적 대명제를 풀어가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적 진보주의' 가치가 요구된다는 게 이 총리의 정치관이다.
이 총리는 "진보는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고, 실용은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내는 것이다.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실용을 포기하면 안된다.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제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총리는 퇴임 후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 국정 2인자로 총리 재임 2년7개월, 그는 어떤 정치를 그리고 있을까. 이 총리는 "정치로 돌아간다면 진중하고 무겁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국민들이 갈증을 느끼는 건 정치의 품격, 신뢰감이다. 제가 돌아갈 그곳은 정글 같은 곳이다. 하지만 모처럼 국민들이 신망을 보내주었던 그런(품격있는) 정치를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총리는 현재 우리 정치를 "비정상의 상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빈농이었던 아버지에게 어린시절 들은 '쟁기질하며 뒤를 보면 소가 날뛴다'는 말을 꺼내며 "우리 정치가 자꾸 뒤를 본다"고 했다. 우리 정치가 △빠르고 넓어진 변화를 이해 수용하는 능력 △크고 깊어질 갈등을 이해 조정하는 역량 △국제관계에 대한 식견과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총리는 '정치적으로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어려운 시대를 건너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것을 작은 조직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정치의 임무에 부합할까 의문을 갖는다. 조직 내 기반 못지않게 국민에 대한 호소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총리재임기, 못다한 책임에 대해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의 무거움이 짓누른다"고 했다. 그중 활력이 둔화된 경제는 이 총리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이 총리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파른 심화, 고령층 등 저소득층에게 짐 지워진 고통은 무거운 국가적 과제로 남았다"고 했다. 또 그는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심화된 자영업 등의 위축, 고도화 지체와 후발국 추격 등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된 제조업의 침체는 만만찮은 경제적 과제"라고 했다.
최근 '타다 논쟁'과 같이 규제 혁신과 갈등 조정은 어려운 일이다. 이 총리는 "수많은 분들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에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 이런 갈등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최선을 다해 조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점에서 정부도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지혜를 짜야 한다. 국회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