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시간 선거법 필리버스터 종료, 심재철 "막을 방법 없어 안타깝다"

[파이낸셜뉴스] 준연동형 비례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필리버스터가 25일 밤 12시로 종료됐다.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인 필리버스터는 역대 3번째로 진행돼 지난 23일 밤 9시49분께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을 시작으로 같은당 김태흠 의원까지 여야 의원 15명이 나서 약 50시간 11분만에 종료됐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에서 선거법 수정안에 합의하면서 지난 23일 기습상정돼 시작한 필리버스터에선 문희상 국회의장 및 여당 의원들과 한국당 의원들간 날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당에선 박대출·권성동·김태흠·주호영·전희경·정유섭·유민봉 의원 등 7명이, 민주당에선 김종민·최인호·홍익표·기동민·강병원·김상희 등 6명이, 바른미래당은 지상욱, 정의당에선 이정미 의원이 토론에 나서 여론전을 벌였다.

한 한국당 의원이 자리에서 문 의장을 향해 "개판"이라고 하자 문 의장은 "개 눈에는 개만 보인다.

개라고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현안 관련 입장 발표를 통해 "한국당 의원들의 열변으로 많은 국민들이 무엇이 문제이고, 왜 한국당 의원들이 힘겨운 투쟁을 하는지 아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는 100% 아니면 위헌"이라며 "100%를 하자니 의석수가 400석 가량으로 늘어 억지로 300석에 맞추기 위해 50%라는 전세계에 유례없는 제도를 채택해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새로운 임시국회가 26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지만, 한국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발의한 탄핵소추안 표결 시한이 26일 밤 8시까지라는 점에서 이르면 26일 밤 늦게 또는, 27일에 선거법 처리가 진행될 전망이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기한을 넘길 경우 탄핵안은 폐기된다. 해당 탄핵소추안은 지난 23일 오후 7시57분께 본회의에 보고된 바 있다.

이에 심 원내대표는 "문 의장과 민주당이 홍남기 방탄국회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심 원내대표는 "홍남기 부총리 탄핵소추안 표결 시한이 되는 72시간이 오늘(26일) 밤 8시인데 그걸 피하려 홍남기 방탄국회를 만들었다"며 "오늘 본회의를 열어 표결해야 하는데도 회피하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 원내대표는 "(문 의장이) 회의를 열 권한을 넘겨주지 않아 피하니 방법이 없다"며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입장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이) 의사권을 넘기면 하겠는데 국회를 열지 않겠다고 홍남기 방탄을 위해 피하니 방법이 없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추후 홍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할 지에 대해선 "두고 보겠다"고 부연했다.

이어 4+1에서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에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어찌할지 고민을 하겠다"고 답했다.

향후 범여권과 문 의장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의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를 쪼개서 개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심 원내대표는 "의사봉을 쥔 의장이 쪼개기를 한다고 해서 그것을 막을 물리적인 방법이 없다"며 "보통 임시회를 하면 30일을 하는데 이렇게 쪼개서 하는 나라가 어딨나. 창피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과 관련한 본회의장에서의 국회 무제한 토론이 국민들께 소상히 전달돼 이 과정을 통해 오해가 풀리고 왜곡이 거둬졌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향후 국회 의사일정에 대해선 이 원내대표는 "오늘 하루 의장님을 비롯해 조금 휴식도 필요한 것 같다"며 "제 생각엔 의장단이 조금 휴식시간을 가지신 다음에 본회의를 다시 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mail]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