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는 엡스타인이 될 수 있을까
2020.01.08 19:29
수정 : 2020.01.08 19:29기사원문
잘 해낼까. 성 단장의 첫 작품은 50여일 뒤에 나왔다. 허문회 키움 수석 코치(48)를 감독에 앉혔다. 파격에 이은 파격이었다. 이러다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도 없지 않았다. 일 주 일 후 다음 작품이 이어졌다.
롯데는 11월 4일 FA 미아 노경은(36)과 2년 11억 원에 계약했다. 롯데는 11월 20일 진행된 2차 드래프트서 외야수 최민재(26·당시 SK)를 선택했다. 당초 예상은 포수 이해창(KT 지명)이었다. 포수 보강이 시급한 롯데가 외야수를 택했다고? 의문은 다음 날 바로 풀렸다. 롯데는 투수 장시환(33)을 내주고 포수 지성준(26·당시 한화)을 받았다. 노경은과 최민재를 왜 서둘러 보강했는지 이유가 밝혀졌다. 롯데는 당초 FA 포수 이지영(34·키움)과 김태군(31·전 NC)을 놓고 저울질했다. 나이와 타격 능력에 의문을 가졌다. 결국 트레이드에서 답을 찾았다. 하나를 내주고 다른 하나를 얻었다. 잃은 하나는 사전에 보충했다. 잘 기획된 거래다.
다음 조치도 절묘했다. 외국인 타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수비보다 공격력이다. 롯데는 수비 쪽을 택했다. 유격수 딕슨 마차도(28)를 영입했다. 2014년 더블 A에서 타율 3할5리, 홈런 5개를 기록했다. 수비율 0.965%. 그해 이스턴리그 8월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 마차도는 이듬 해 5월 메이저리그로 콜업됐다. 4년 동안 172 경기에 출전해 날린 홈런 수는 2개 뿐. 하지만 4년간 유격수(62경기) 2루수(93경기) 3루수(5경기) 등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한 유틸리티 내야수다.
그리고 한 동안 잠잠했다. 물 밑에선 FA 영입을 위한 작업이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다. 마침내 지난 6일 또 하나의 큼직한 발표를 했다. 2+2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내야수 안치홍(30)과 계약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옵트아웃' 계약이었다.
2년 후 안치홍이 더 이상 롯데 잔류를 원하지 않을 경우 롯데는 지체 없이 그를 놓아 주어야 한다. 만약 롯데가 그를 내보내고자 하면 1억 원의 바이아웃을 지불하면 된다. 구단과 선수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계약이다. 이로써 롯데는 유격수 마차도, 2루수 안치홍, 3루수 한동희(21)라는 미래형 내야진을 구축했다. 그리고 8일 FA 전준우(34)와 4년 최대 34억 원에 계약을 매듭지었다. 롯데는 외야수 전준우의 수비 위치를 1루로 옮길 작정이다.
이제 내야와 포수의 빈 구멍은 꽉 메워졌다. 젊은 유망주 지성준의 트레이드로 안방의 안정을 꾀했다. 불안한 수비, 믿음직스럽지 못한 타격으로 꼴찌를 자초한 내야진은 단단해졌다. 손아섭(32) 민병헌(33)과 최민재를 보강한 외야도 든든하다. 롯데는 달라져 보인다.
성민규 단장은 시카고 컵스 테오 엡스타인 사장 밑에서 야구단 운영을 배웠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엡스타인 사장은 2002년 11월 당시 29세로 최연소 메이저리그 단장(보스턴 레드삭스)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엡스타인 단장은 2년 후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레드삭스의 86년 묶은 이른바 '밤비노의 저주'를 깨트렸다. 2012년 시카고 컵스로 옮겨 다시 2년 만에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번엔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박살냈다.
성민규 단장은 2021시즌을 벼르고 있다. 엡스타인 사장이 팀을 맡은 지 2년 만에 우승한 것을 염두에 두었을까. 변화된 롯데의 마지막 퍼즐이 궁금하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