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사도 성인지 감수성 반영… 성차별적 표현 문항 삭제
2020.01.12 17:39
수정 : 2020.01.12 17:39기사원문
지난 9일 통계청, 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와 관련기관에 따르면 국가승인통계 가운데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문항·답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은 일상 속에서 성별 간 차이로 인해 생기는 유불리나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의미한다. 이 같은 통계는 양성평등 정책의 밑거름이 된다.
■여성취업 장애요인 일부항목 삭제
통계청은 2019년 사회조사부터 '여성취업 장애요인'을 묻는 답지 가운데 '여성의 직업의식, 책임감 부족' '일에 대한 여성의 능력 부족' 항목을 삭제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해당 조항에 대해 관련 부처의 의견을 받고 전문가 회의를 거친 결과 '현실과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라며 삭제 이유를 밝혔다.
여가부는 매년 성별 영향평가를 통해 국가승인통계에 성차별적 표현이 있는지 점검한다. 최근 여가부는 2017년 서울시 은평구와 2016년 경기도 연천군이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저출산의 원인'으로 제시된 답지 가운데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항목을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 대신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 △일·가정 양립 환경 미흡 △자녀 양육부담 가중 등의 답지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저출산의 원인이 여성만의 문제인 것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며 "오히려 최근 연구는 여성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할 때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가부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2017년 실시한 '일자리인식실태조사'의 '직장(일)을 그만둔 사유'의 답지 '개인 또는 가정사정으로'에 대해서도 수정을 권고했다. 괄호 안에 '건강, 가사, 육아, 학업, 군복무' 등이 한데 묶여 제시됐기 때문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가사나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므로 개인과 가정 전체를 전부 묶어서 조사해선 안 된다"며 "답지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성 분리 통계, 국가승인통계의 75.8%
양성평등 정책의 바탕이 되는 성인지 통계도 늘어나고 있다. 성인지 통계는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해 조사하는 방식의 통계를 의미한다. 2008년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에 따라 국가승인통계 중 인적 통계는 성별을 주요 분석 단위에 포함해야 한다. 예컨대 과거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료 지원 현황을 단순히 행정구역별로만 파악했지만, 2009년부터 성별에 따라서도 집계하기 시작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가승인통계 1200개 가운데 성별 구분이 이뤄진 통계는 75.8%(지난 9일 기준)에 달했다. 조사 주체별로 지방자치단체 92.6%, 연구기관 78.7%, 중앙행정기관 60.7%, 공사·공단 53.3% 등이 높은 성인지 통계 작성률을 보였다.
주재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은 "성인지 통계는 양성평등정책의 수립 근거를 제공하고, 각 정책을 점검하고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며 "국가승인통계 가운데 성인지 통계가 늘어난다는 것은 국가승인통계 내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 간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에서의 차별,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넓게는 성평등 의식, 실천의지 등도 포함한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심을 깨면서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