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부, FATF권고안 대응 느슨하다...시간 빠듯"

      2020.01.29 14:07   수정 : 2020.01.29 14:35기사원문


지난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규제 권고안을 내놓고 오는 6월까지 각국이 사정에 맞는 법률을 제정하면 하반기에는 규제 상황을 점검·평가하겠다고 제시한 시한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느슨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정부가 암호화폐의 자금세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사업 종류별 필수 시스템 요건을 제시해 줘야 관련 기업들이 시스템을 갖춰 FTAF의 이행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아직 정책 가이드라인도 갖춰져 있지 않아 기업들은 미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국회 통과만 손놓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이라도 미련해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한국 정부 차원의 점검 리스트도 마련해야 금융산업 전체의 국제적 불이익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반기 이행점검까지 시간 빠듯”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보안전문 기업 웁살라시큐리티 구민우 한국 지사장은 29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만나 “개정 특금법의 시행령이든, 별도의 법이든 FATF 권고안을 반영한 암호화폐 근거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한국 암호화폐 사업자들은 특금법 적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 지적했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FTAF 요구를 충족할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갖추기 위해선 최소 한달 이상이 걸리고, 실제 작동 여부에 대한 테스트 등 절차를 감안하면 수개월이 필요해 당장 기업들이 시스템 구축에 나서도 시간이 빠듯하다는게 구 지사장의 주장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내 암호화폐 기업들은 자신이 FTAF 권고안의 어떤 조항 적용 대상인지, 어느 정도로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구 지사장은 “홍콩 증권선물위원회에선 이미 지난해 11월 증권형토큰(STO)을 취급하는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VASP)를 대상으로 ‘가상자산거래플랫폼 규정’을 만들고 기업들이 서비스 종류별로 AML·CFT(테러자금조달방지) 기술을 갖추거나 제 3자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의무화 하는 등 규제 가이드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1월 설립된 웁살라시큐리티는 시스코, 팔로알토 네트웍스, F5 네트웍스 등 사이버 보안 전문기업 출신 보안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해킹이나 사기 등 암호화폐 관련 범죄 행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수사기관과 공조하거나, 암호화폐 기업에 자체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다날 페이코인과 네오플라이가 웁살라시큐리티의 블록체인 보안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으며, 바이낸스 해킹 및 대규모 암호화폐 사기 사건 플러스토큰 등에 대한 자금 추적도 웁살라시큐리티가 담당했다.


■”사업별 규제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구 지사장은 “FATF는 지급결제, 투자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을 모두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결제, 투자 용도까지 포함한 암호화폐 사업종류를 포괄해 종류별로 세부 규제적용 가이드를 기업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부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는 단순한 신원인증(KYC) 시스템만 갖춰놓고 AML을 완료했다고 안도하고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KYC는 AML의 일부일 뿐, 거래소는 거래 모니터링이나 의심거래 추출 등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례로 특정 거래소 사용자가 본인 계좌에 대규모 자금을 이체할 경우, VASP의 AML 대응팀은 이를 집중해서 분석해야 한다. 이후 거래 모니터링(TMS)을 통해 의심·혐의 거래로 판단되면 VASP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이를 보고한다. 이때 FIU가 거래에서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면 사법기관에 공조를 요청하는 것까지가 FATF에서 요구하는 AML 절차다.


구 지사장은 “한국도 홍콩처럼 VASP의 AML 규제에 대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신속히 나와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국내 암호화폐 사업자가 어떤 보안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는지, 누가 적용 대상인지 명확히 정의해 기업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FATF는 올 하반기 규제 권고 이행여부를 점검해 위반여부를 판단하고 위반국가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계획이다. FATF 블랙리스트에 오를 경우, 글로벌 금융‧경제 시스템에서 신뢰를 잃어 사실상 해외 금융 거래가 어려워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암호화페 기업들이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 한국 금융산업 전체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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