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위탁 운용관리 수익률 키운 비결은 ‘데이터의 힘’"

      2020.02.10 17:16   수정 : 2020.02.10 17:16기사원문
외부위탁 운용관리(OCIO)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의 비결은 '데이터의 힘'이다. 2016년 3월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이후 매달 리서치, 영업담당(RM), 상품전문가 등이 모여 전략·전술적으로 자산운용을 배분한 데이터 'QV 모델 포트폴리오'가 핵심이다.

지난 4년간 쌓인 '데이터의 힘'은 높은 성과로 이어졌다.

ISA 평균 누적 운용수익률은 16.67%로, 2위 메리츠종금증권(15.41%)과 1.26%포인트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OCIO에도 적용돼 대부분의 자금에서 벤치마크(BM)를 초과 달성, 성과만 따지면 금융투자업계에서 압도적인 '톱 플레이어'가 됐다.

권순호 NH투자증권 기관영업본부장(전무)은 10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QV 모델포트폴리오'를 만든 후 4년의 데이터가 쌓이고 검증됐다. OCIO에도 이런 전략적 자산배분을 적용해 초과 수익을 내고 있다"며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 모델을 적용한 리테일 맞춤형 상품의 경우 시장 대비 아웃퍼폼(초과달성)했던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주택도시기금, 한국거래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강원랜드, 금융투자협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의 OCIO다.
위탁받은 자금은 약 17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한 기관의 자금운용 수익률은 벤치마크를 1.90%포인트 웃도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전통적 강자인 운용사들과 차별화된 경쟁력 덕분이다.

권 전무는 "운용사들은 트레이딩하듯 펀드를 고르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NH투자증권은 '빅데이터'로 본다"며 "리서치, 운용사업부, 투자은행(IB), 홀세일, 자산관리(WM), 리테일 등의 자산을 모두 들여다보고 더 많은 데이터로 시장의 흐름을 빨리 찾아낸다"고 강조했다.

OCIO를 전사적 차원에서 키우는 것도 높은 경쟁력에 한몫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랩운용부 안에 OCIO 자금을 운용하는 OCIO운용팀을 신설했다. 4명 규모로, 유치금액은 약 1조원이다.

2018년에는 업계 처음으로 OCIO 스쿨을 신설했다. 1기수에 40여명으로 지금까지 80여명을 배출했다. 올해도 3기 스쿨을 열어 인력 풀(Pool)을 만들 계획이다. 권 전무는 "운용인력이 중요하다. 운용사에서 사람을 추가로 뽑을 수도 있지만 NH투자증권만의 운용철학을 담기 위해 사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에 기반한 운용 프로세스도 만든다. NH투자증권은 주택도시기금 관련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운용에 대한 모든 기록을 담는 아카이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권 전무는 "OCIO로 업무를 하면서 기금운용 정보를 기록하고, 계약 만료 후 다른 OCIO 사업자가 선정되더라도 자료를 넘겨줄 예정이다. 기금운용의 영속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일 뿐만 아니라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권 전무는 100조원 규모인 국내 OCIO 시장이 급격하게 늘어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봤다.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이 예정돼 있는 데다 저금리로 기관들이 OCIO를 선호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OCIO가 오래되지 않은 탓에 큰 돈을 한 금융투자기관에 맡기는 것에 주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공적기금 운용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일단 1000억원에서 1조원 규모로 미니 OCIO 시장이 올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OCIO로 선정된 금융투자기관의 운용실적을 토대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 성장을 위한 당근책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미국은 OCIO 시장 규모가 1경원에 달하는데 운용 수수료가 40~45bp(1bp=0.01%) 수준이다.
한국은 최근 OCIO 사업자를 선정한 서울대발전기금이 6bp를 제시했을 정도로 수수료가 박하다.

권 전무는 "'미래를 위한 나무를 심는' 개념으로 적은 수수료에도 OCIO사업자가 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역량이 높은 '플레이어'를 유인하기 위한 당근이 부족하다"며 "평균 수익률 5~6%를 목표로 하는 만큼 수수료를 20~30bp 끌어올리는 것이 오히려 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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