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교육·그린에너지 등 미래투자 협력 ‘굿’ 파트너"

      2020.02.18 17:30   수정 : 2020.02.18 17:30기사원문

한국과 노르웨이 간 수교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국은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개발 등 미래형 선박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과 노르웨이의 협력에 가교 역할은 프로데 솔베르그 주한 노르웨이 대사(사진)가 맡았다.

솔베르그 대사는 지난 2018년 7월 부임했으며 북한대사도 겸직하면서 동북아 외교에 힘쓰고 있다. 노르웨이 외교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외교관이기도 한 그는 현지 베르겐대학교에서 국제기후변화 과정을 공부할 정도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다.
본지가 서울 정동길 소재 주한 노르웨이대사관에서 최근 만난 솔베르그 대사는 한국과 노르웨이가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과 노르웨이는 2006년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교역량이 10년간 3배 증가했다. EFTA는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4개 국가가 모여 FTA를 공동시장 단위로 확장한 형태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과 FTA를 체결하기에 앞서 EFTA와 FTA를 체결했다. 솔베르그 대사는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제협력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오는 4월 16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하는 '제8회 서울국제식품포럼'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국제식품포럼을 앞두고 우리나라와 수산물 교역이 많은 노르웨이를 더 잘 알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1년반 정도 한국에서 대사로 근무 중인데.

▲노르웨이와 한국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수산물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생겨 기쁘게 생각한다. 주한 노르웨이 대사로 일하는 것이 매우 영광스럽다.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국가다. 동시에 매우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졌다. 노르웨이와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것도 그렇고, 국민의 성품도 그렇다. 한국은 노르웨이에 무역부문에서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국가다. 한국에 대해 아직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한국을 알아갈 기회가 있어 기쁘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한국과 노르웨이는 선박이나 원유, 수산물 등의 품목을 교류하고 있다. 앞으로 어느 부분에서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다고 보나.

▲지난해 한국과 노르웨이는 수교 60주년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과거 한국전쟁 때 노르웨이 군이 한국에 파견된 역사도 있다. 이미 그때부터 양국은 특별한 관계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산업군을 꼽자면 해양을 거론할 수 있다. 노르웨이는 한국 업체들과 선박 개발을 논의하며 협력 중이다. 양국은 에너지, 기술, 수산업에서도 지난 몇 년간 많은 협업을 했다. 한국은 노르웨이에 자동차,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더 멀리 본다면 양국은 교육부문은 물론 그린에너지 등 미래에 대한 투자연구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최근에는 그린에너지 부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노르웨이는 한국의 주요 파트너가 돼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고 본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아는데 그린에너지 협력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노르웨이는 국가적으로 천연가스, 오일 등을 개발하는 동시에 수소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커버할 수 있는 수소에너지 강국이다. 탄소배출량도 유럽에서 가장 낮다. 한국과 풍력발전에 대한 협업도 도모할 수 있다. 바다 위에 있는 풍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육지에 있는 풍력발전소 건축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깨끗한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그린에너지 분야를 발전시킨 노르웨이인데, 개인적으로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 고충은 없는지.

▲이 부분은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뭔가를 해야 한다고는 계속 느끼고 있다. 기후변화 등 자연적인 문제들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이기 때문에 다 같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도 빙하가 녹고 숲이 사라지는 중이다. 정치인들에게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곤 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뭘 할 수 있을까.

▲노르웨이는 지난 70년간 다양한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강점은 깨끗하고 건강한 해양을 지켜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해양환경을 지키는 부분에서 노르웨이는 세계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해양오염을 막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 한국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한국과 노르웨이는 노하우나 지식 등의 공유해 직면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파트너다. 더 나아가 이런 문제점들은 정치계, 경제계,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협력해야 해결할 수 있다. 쉽게는 쓰레기나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된다. 남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먼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최근에는 한국 외교부가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극권 7개국과 '북극클럽 인 코리아(Arctic Club in Korea)'를 구성해 기후변화와 해양환경오염 등이 북극권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는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해양수산부, 한국해양개발원 등이 함께하고 있다. 노르웨이 현지에 한국 팀이 파견돼 있을 만큼 활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노르웨이가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데 장벽도 있나.

▲개인적으로는 장벽을 느낀 적이 없다. 양국은 많은 점에서 닮았다. 한국도 주변 국가로부터 통치를 받았던 식민지 역사가 있고, 지금까지 주변 국가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는데 노르웨이도 마찬가지다. 함께 협력할 때 양국은 서로 뭔가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진행한다.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주려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점이 많은 두 국가이지만 비슷한 점도 있기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의도를 가지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파트너다. 나는 파트너가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 노르웨이가 1+1로 협력하면 2보다 더 큰 것을 얻는 느낌이다.


―1년 6개월간 주한 노르웨이 대사로 있으며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해 수교 60주년을 맞았는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노르웨이를 방문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 온 후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다. 이런 점들이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다.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한국 사회에는 세대 간 갈등이나 남녀갈등,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런 것들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이들은 많은 좌절을 느낀다. 노르웨이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런 문제를 경험했고, 지금은 복지 선진국으로 발전했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에 조언할 것이 있다면.

▲모든 국가는 각자만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국가마다 정치와 역사, 문화 등이 다르기 때문에 조언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이 지난 1950년대에 비해 많이 발전했고, 그동안 일궈낸 성과가 매우 대단하기 때문에 이걸 꾸준히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 나는 지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60년 전의 서울 사진을 보여주며 얼마나 많이 그리고 빠르게 발전했는지 이야기해준다. 노르웨이는 천연자원으로 인해 부유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이런 성장을 일궈낸 배경에는 여성의 경제와 정치활동이 있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노르웨이가 한국으로부터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까.

▲한국은 정말 배울 것이 많다. 역사와 문화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보면 놀랍다. K팝 바람도 혁신적이며, 최근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을 봐도 정말 놀랍다. 이처럼 한국은 문화를 국가경쟁력으로 키우고 있다. '기생충'의 수상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수상한 4개 분야가 모두 매우 중요한 부문이다. 시상식을 휴대폰으로 보면서 '감독상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상까지 받아서 놀라웠다. 경쟁자들이 많은 가운데 그렇게 상을 받았다는 건 그 자체로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노르웨이도 뭉크의 '절규'로 유명한 국가인 만큼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K드라마, BTS로 대표되는 K팝, 영화, 등 많은 것들을 가졌다.

―남북관계가 현재 경색돼 있다. 제3자의 눈으로 해법을 고민해본 적 있나.

▲이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사실 매우 조심스럽다. 주한 대사로 있으면서 북한 대사를 겸임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소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문재인정부의 많은 시도를 응원한다. 문 대통령의 인내와 헌신 등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향후 문 대통령의 노력이 이 문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한국에 오게 됐을 때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인들이 걱정하지는 않았나. 외부에서는 남북 상황으로 인해 한반도를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은데.

▲남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보호를 잘해주고 있어서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노르웨이인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서울이라는 편리하고 큰 도시에 살면서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2020년을 맞았다. 올해 한국에서 어떤 계획이 있나.

▲양국 간 협력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지난해 문 대통령의 노르웨이 방문으로 더욱 많은 기회들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양국은 기후뿐만 아니라 에너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노르웨이의 수산물을 한국에 더 많이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업 발전을 일궈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정치적, 문화적 교류 강화는 물론 기후변화, 에너지, 수소발전, 풍력발전 등도 함께 논의할 것이다. 작년 수교 60주년을 맞아 장관급 방한 등 많은 이벤트가 있었는데 올해도 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운 1년을 맞이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들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노르웨이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감사하다. 한국전쟁 당시 건축했던 병원이 있다.
지난해에 관련 기념행사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양국은 역사를 공유하기 때문에 더욱 끈끈한 관계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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