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늘었지만.." 외국인 배우들 근로자로서 권리는 바닥

      2020.02.20 10:56   수정 : 2020.02.20 10: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국내 TV프로그램, 영화 등을 통한 외국인 배우들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문화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문화계 종사자들간 건전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불공정한 내용의 계약서가 통용되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 '표준계약서'가 도입됐다. 현재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및 문화체육관광부고시에 의거해 사용중인 표준계약서는 △계약기간 및 갱신 △수익의 배분 △기획업자의 권한 및 의무 △연예인의 권한 및 의무 △상표권, 퍼블리시티권 등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연예인, 운동선수 등은 이 같은 표준계약서에 맞춰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외국인 배우들의 경우 근로 또는 고용 계약서 조차 작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에이전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기 때문이다. 에이전시에 온전히 의존해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 배우들은 제작사에서 배우의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에이전시가 소개비용 명목으로 일부 챙긴 나머지를 전달받기 때문에 사실상 처음 약속받은 임금을 지불받지 못하더라도 하소연 할 곳이 없다.

외국인 배우 A씨는 "한국의 대기업과 광고 촬영을 하더라도 중간 에이전시를 통해 임금을 전달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애초에 제작사에서 얼마가 지불됐는지 알 수 없다"면서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꼼꼼하게 나서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향후 일자리 자체를 잃을 수 도 있기 때문에 외국인 배우들은 에이전시가 시키는 방식대로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두 편의 한국 영화에 출연한 경험을 지닌 외국인 배우 B씨는 외국인 배우로서 드물게 영화 제작사와 직접 계약을 했다. 제작사와 B씨를 연결해준 브로커가 있었지만, 해당 영화 제작사는 B씨에게 직접 계약서를 체결하고 임금을 지불했다.
이후 영화가 흥행하자 제작사는 B씨에게 일정 금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했다.

B씨는 "제작사와 직접 계약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영화 촬영하는 동안 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나 이외에는 아무도 안 믿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배우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중인 켈리 프렌시스씨는 "외국인 배우들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촬영에 들어갈 경우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매우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제대로 지키는 에이전시들은 약 40% 수준으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면서 "이들 에이전시는 대체로 배우를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어, 외국인 배우로서 좋은 에이전시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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