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자일까봐…" 쓰러진 사람 외면하는 씁쓸한 민심

      2020.02.24 17:50   수정 : 2020.02.24 17:50기사원문
#1. 직장인 이모씨(43)는 24일 출근길 지하철 9호선 내에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던 여성이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누군가가 신고해 곧 역무원이 달려왔지만, 그 시간 동안 쓰러진 여성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무원이 당산역에 도착해 여성을 데리고 플랫폼으로 나올때까지도 이씨는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2. 대학생 임모씨(26)는 대중교통을 탈 때 주의를 항상 살핀다.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심하게 기침을 하던 사람을 목격하고 난 후 부터다.
임씨는 아파서 몸도 잘 못 가누는 것 같았던 그 사람을 피해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내 찝찝함을 견디지 못하고 지하철에서 내려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혹시 감염될까… "위축돼요"

코로나19 공포 확산과 함께 공공장소 내 시민의식도 달라지고 있다. 혹시라도 '감염자일까'하는 생각에 아픈 시민을 부축하거나 돕는 일에 소극적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3분께 지하철 당산역에서 쓰러진 여성은 빈혈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무원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바로 여성의 체온을 체크하고 호흡기 이상 등 증상을 물었다. 체온도 정상이고 기침 등의 증상도 없어 역으로 여성을 데리고 나왔고, "쉬고싶다"는 여성의 말에 직원들은 옷을 벗어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119 이송을 거부한 여성은 곧 귀가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관계자는 "코로나 증상 이외에도 승객이 쓰러지는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1차 응급조치를 한 다음 119에 즉시 이송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최근엔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열이 있는 승객 같은 경우는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승객들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씨는 "응급조치를 해주고 싶어도 다들 못하는 눈치였다"며 "흉흉한 시국이라 승객들 상당수가 쓰러진 여성을 외면하는 것 같아 옛날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소 같은면 부축 하겠지만"

임씨 역시 "평소 같았으면 아파 보이는 사람에게 '괜찮냐'며 부축 정도는 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겁을 먹고 피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른 시민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도 다니지 않는 상황에서 감염자일지 모르는 사람과의 직접 접촉은 더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오모씨(27)는 "일단 접촉은 하지 않는게 맞는 것 같다"며 "전화로 신고는 해줄 수 있지만 다가가기엔 너무 위험한 상황이고,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질 수 있으니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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