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2월 기업체감 경기, 역대 최대 폭 하락
2020.02.26 06:00
수정 : 2020.02.26 06:00기사원문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0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2월 전 산업의 업황 BSI는 전월보다 10포인트 하락한 65로 집계됐다. 낙폭을 보면 지난 2003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최대폭이다.
연말연초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1월 말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기업들의 심리가 다시 위축되는 모습이다.
BSI란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설문에서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업체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크게 위축됐다.
2월 제조업 업황 BSI는 65으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했다. 유럽재정위기의 여파가 있었던 지난 2012년 7월(-11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 하락이다.
'전자·영상·통신장비'와 '자동차'가 각각 18포인트씩 하락하는 등 제조업 심리위축을 이끌었다. 코로나19로 중국 춘절연휴가 장기화되면서 전자부품 수출이 준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완성차 업체 생산이 일시 중단된 영향이다. 자동차가 부진하자 금속가공도 11포인트가 하락했다.
제조업 중에서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업황 BSI가 모두 11포인트씩 떨어졌다. 기업형태별로 수출기업은 13포인트, 내수기업은 10포인트가 빠졌다.
2월 비제조업 업황 BSI도 9포인트 하락한 64를 나타냈다.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15년 6월(-11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 하락이다.
국내외 여객 및 물동량이 줄면서 운수창고업의 경우 24포인트가 하락했다. 도소매업도 내수 부진 우려도 13포인트 떨어졌다. 정보통신업은 게임업체 매출 감소와 미디어 업체 계절적 비수기 진입으로 10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지표보다 더 나쁠 가능성도 있다.
BSI 조사기간을 보면 지난 11부터 18일까지 이뤄졌다.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격상된 시점인 지난 23일 이전에 진행된 조사다. 따라서 지표에는 기업들의 체감경기 상황이 완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 달 전망도 부정적인 심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전 산업 업황전망 BSI 지수는 69로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전망 BSI는 '전자·영상·통신장비'(-9포인트)와 '자동차'(-17포인트), '화학물질·제품(-9포인트)'을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전월대비 8포인트 하락이 예상된다.
비제조업 업황전망 BSI도 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도소매업'(-8포인트)과 '운수창고업'(-15포인트), '사업시설·사업지원·임대업'(-11포인트) 등에서 부진할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3월 16일부터 다음달 BSI 조사가 시작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느냐 확산되느냐에 따라 심리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선되고 있던 경제심리도 큰 폭 하락세로 전환됐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쳐 산출한 ESI는 전월 대비 8.5포인트 하락한 87.2를 기록했다. 하락폭이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당시 11.3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다.
계절적 요인,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0.9포인트 하락한 89.7을 나타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